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노동자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중 암 관련 직업병 인정을 받은 첫 번째 사례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 공정 등에서 5년5개월간 근무한 김모씨의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을 산업재해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재생불량성빈혈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골수 손상으로 조혈기능에 장애가 생겨 백혈구·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질병이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으나 80% 정도는 후천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천적 발병원인으로는 방사선 노출과 벤젠과 같은 화학물질 노출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재 승인을 받은 김지숙(37)씨는 93년 12월부터 약 1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그 후 4년5개월간은 온양공장에서 근무했다. 근무 중 김씨는 도금과 칩 절단 업무를 하는 반도체 조립공정에서 일했다.

공단은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퇴사 당시부터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이 고려돼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산재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2월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반도체 작업환경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가공라인뿐만 아니라 조립라인에서도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 백혈병·재생불량성빈혈 유발인자가 발견됐다.

공단의 산재 판정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자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피해당사자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당사자인 김씨는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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