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노동자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하면서 반도체 사업장의 노동환경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의 행정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CD 생산공정,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을 앓고 산재요양을 신청한 노동자는 22명이다. 이 중 18명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고, 3명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산재승인을 받은 것은 김지숙(37)씨의 사례가 처음이다.

이번 판정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김씨가 림프종 계열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공단은 김씨와 비슷한 작업환경에서 근무하다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진단을 받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산재 인정을 하지 않았다.

반올림은 "공단이 내려온 불승인 처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공단 스스로 인정을 한 셈"이라며 "김씨 산재승인 건을 통해 공단이 산재판단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앞으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림프조혈계 질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이들에 대해서도 산재승인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단의 발표 이후 삼성은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산업재해 판정기준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라 근로자 보상 범위를 넓힌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삼성의 입장은 "반도체 사업장의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은 무관하다"는 기존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산재 소송에 소송보조 참가자로 개입하고 있는 삼성과 피해자 가족들 사이의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산재 신청을 한 반도체 노동자 중에는 루게릭병·웨게너씨 육아종 등 희소질환 환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종란 공인노무사는 "이번 산재 판정은 림프종계 질환에 대한 것이지만 산재신청자 중에는 희소질환자들도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산재인정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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