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켜 박근혜로 가는 다리를 놓아 줄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이런 권력의 재등장을 봉쇄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것인지의 선택이다. 이른바 정권 심판론으로 연결되는 회고투표와 미래권력에 대한 전망투표가 동시에 존재하는 선거인 것이다.

이미 민간인 불법사찰로 판명이 났듯이, 이명박-박근혜 체제는 민주주의와는 담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그걸 파괴하지 않으면 권력이 존립할 수 없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억압하고 어떤 문제를 우리가 안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게 하는 악행을 저지르는 권력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된다면 당장 한미FTA 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부자 감세를 비롯해 민생현안에 대해 그 어떤 개혁적·진보적 조처도 취할 수 없게 된다. 공천 과정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후 정치적 능력을 보이는 데 있어 '이건 아닌데' 하는 평가를 받은 야권이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권과 함께하고 있는 세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들 야권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비판은 일단 이번 총선에서 권력지도를 바꾸고 난 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이뤄 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게 된다. 그에 더해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총선이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교량역할을 하는 선거가 되고 만다면, 대선에서 우리는 암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모두 박근혜에 비해 뒤처져 있는 판에, 총선까지 패배하게 되면 그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다. 이명박은 어차피 끝나게 돼 있고 우리의 관심사는 다음 대선에서 어느 세력이 이길 수 있을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이 그 현장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떤가. 접전이라고 한다. 총선 정국 초기,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절박감을 일정하게 놓쳐 버린 민주통합당은 다 이긴 선거라고 느슨하게 오만을 부렸고, 진보정당의 통합은 지지부진했다. 모두 정치력에 있어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는 순간, 이미 국민들은 일정하게 심판해 버리고 만 것이다.

언론과 방송, 그리고 기득권의 힘이 일정하게 받쳐 주고 있는 집권세력이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자살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골백번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그걸 한 번 더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지점을 더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이번 총선에서 좀 더 절박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라는 것이다.

우리 선거는 이미 선거 전에 대충 자신이 찍을 사람과 정당을 정해 놓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부동층이라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선거 직전의 여론과 정국의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사할 수 있을 건인지를 보다 확실하게 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문제를 파헤치는 것 못지않게, 이러저러한 미래를 마련해 주려 하는데 정권이 바뀌지 못하면 이런 것은 꽝이 된다는 논리로 강력하게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논리와 방식이 아니다. 그러기에 보통의 서민들이 보기에는 고만고만한 놈들이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와 민생,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떤 사람들이 나서야 하는지, 그렇게 되면 어떤 미래가 탄생할 수 있는지 보다 호소력 있게 강조해야 한다. 이걸 막고 있는 자들이 도대체 누구인지도 아울러 힘차게 말해야 한다.

짧은 문장 구상능력밖에 없고 소통능력 부재, 그리고 내용이 가난한 어떤 여자가 지도자로 부상할 경우 나라의 앞날은 아찔하다. 이번 총선이 그런 인물을 위해 가교역할을 하는 선거가 결코 될 수 없다. 사찰권력의 원조 박정희의 딸로서 그런 과거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돌아보지 않는 박근혜를 위한 잔치가 될 수는 없다.

이번에 명확히 깃발을 내리게 하자.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globaliz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