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실장

기자는 요절하는 대표적인 직업이다. 지난 4일 오전 부산일보 이현 논설위원이 49살의 나이로 숨졌다. 90년대 대부분을 사회부 사건기자로 보내며 여러 특종을 쏟아냈던 선배였고 이제 겨우 19살, 16살 딸 아들을 둔 가장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한다.

이달 3일 오전엔 카메라를 들고 취재장소로 이동하던 중앙일보 김태성 기자가 달리던 지하철 안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36살, 13년차인 김 기자는 2001년 사진기자로 입사했다. 신문사 편집국에서 사진부는 대표적인 막장이다.

70년대엔 당시 한국 최고의 신문사였던 동아일보 기자가 연탄가스를 피워 놓고 일가족이 자살하기도 했다. 월급체계도 없던 당시 기자들은 촌지로 먹고살아야 했다. 촌지를 받지 않으면 가족생계를 이어 가기 곤란했다. 그래서 박정희 정부는 기자들을 위한 당근정책으로 서울 은평구에 ‘기자촌’을 지어 입주시켰다. 지금도 서울의 시내버스 노선도엔 기자촌이란 이름의 정류소가 있다.

30대에 요절하는 언론인은 매우 드문 경우지만, 40~50대 언론인은 부고기사에 자주 이름을 올린다. 세월이 흘러 베이비붐 세대의 아래 쪽 나이가 40대까지 내려왔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쟁의 상흔을 딛고 태어나 산업화 단계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은퇴연령이 도달했다.

55년생부터 63년생까지인 베이비붐 세대는 만 49~57살까지의 한국 사람을 말한다. 앞으로 2~3년 후면 이들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노동시장에서 빠져 나온다.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예고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달 고용동향브리프에서 ‘최근 자영업자 증가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소개했다. 55살 이상 자영업자 비율이 최근 3년 동안 급증하고 있다는 거다. 50살 이상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지속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자영업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정부와 기업의 고용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지금, 이들이 선택할 길은 자영업밖에 없다.(한국일보 3일 12면)

우리 노동시장에서 자영업자는 2011년 8월 이후 증가로 반전된 이후 2012년 2월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현재 전국의 자영업자는 549만명을 넘었다. 한국일보는 <베이비붐 세대 자영업 진출 ‘우후죽순’>이라고 현상을 주로 다뤘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자영업자 풍년시대를 주도하는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자영업 진출은 비자발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은 상존하는 생계불안에 시달려 광범위한 가계소비의 위축을 낳아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전체 베이비붐 세대가 약 700만명에 달하고, 이들이 매달 10만~20만명씩 은퇴하고 있다. 노동부의 대책이라곤 정규직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이들에게 창업컨설팅이나 지원하는 게 고작이다. 포화상태인 자영업 시장에 이들을 밀어넣는 건 자살행위다. 결국엔 고용시장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베이비붐 세대가 안고 있는 자녀 사교육비 문제, 주로 대학 등록금 해결과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대출 해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가계대출도 내용을 따져 보면 양극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저소득층의 가계대출의 주요 원인은 주택대출이 아니라 생계형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경향신문 4일 20면)

현실의 땅에 발 붙인 기사보다 뜬구름 잡는 기사만 쏟아내는 사이 기자들은 자신들이 베이비붐 세대의 한 중간에 들어섰다. 기자들이 양극화의 해법을 놓고 성장과 분배의 진영 논리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 한국 언론의 미래도, 한국 사회의 미래도 없다. 적당히 눈치껏 권력에 줄 대고 섰다가 선거철만 되면 폴리저널리스트로 변신해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언론인들은 전체 기자사회의 대표 단수가 아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생활인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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