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원장

언제부터인가, 아니면 토론회가 원래 그런 것인지, 토론 주제에 찬성하는 발제자와 토론자만 나온 토론회든, 반대하는 토론자나 정부부처 공무원이 참석한 토론회든 분위기가 썰렁한 경우가 많다. 방청석도 많이 비어 있고, 심한 경우는 발제자·토론자와 동수의 방청객을 두고 토론회가 이뤄지기도 한다. 물론 나는 해당 주제에 대해 완성된 글이 발표됐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편이라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여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가 주최한 부산 토론회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몇몇 지방자치단체별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시작시간은 오후 5시30분이었다. 개학을 해서 다들 학교에서 일을 하시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잡은 것이다. 시간이 되자 학교별로 동료들과 함께 오시는지 삼삼오오 들어오시는데, 200석 정도 되는 자리가 금방 다 찼다. 이전의 국회 토론회나 대전지역 토론회는 300석 이상의 공간이었는데 그때도 만석이었다.

저녁식사는 제공되지 않았고 토론회는 밤 9시까지 이어졌다. 그것도 사회자가 질문자의 수를 제한하고 또 조만간 교육청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끝낼 수 있었다. 기차시간 때문에 바로 자리를 떠나 뒤풀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거기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을 것이다.

학교에는 교사도 있지만 조리실이나 과학실험실·교무실·전산실·도서관 등 곳곳에 학교회계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모두 학교 교육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에 13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우선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감이나 교장이나 권한은 마음대로 휘두르지만 서로 사용자책임을 회피한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같이 원청에 해당하는 교육감이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학교 현장은 교육을 위한 무한 희생만을 요구할 뿐 노동자로서의 인권은 없다. 아직 학교장의 머릿속의 노동자나 노조는 똘이장군에 나오는 그 돼지 괴수가 아닐까.

다음으로 계약직 신분과 예산 감축·사업 축소에 따른 상시적인 고용불안 문제다. 학교별 근로계약을 맺다 보니 전보로 해결돼야 할 것이 이 학교에서 해고되고, 다른 학교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계약직이기 때문에 학교장의 눈 밖에 나면 일하기 어렵다.

호봉 승급이 없다. 처음 들어갈 때 월급이 100만원이면 10년 뒤에도 100만원인 구조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정규직과의 격차는 두세 배로 커지고 미래가 없다. 올해부터 몇 가지 수당을 만들어서 조금 나아진다고 하지만 호봉제는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해 주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에도 학교의 구성원으로 '교원과 행정직원 등'이라고 해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등'에 포함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구성원이 아니라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등'에 해당하는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

교무행정 업무를 하는 한 노동자는 현장증언에서 ‘떡 돌리기 금지’를 꼭 넣어 주라고 했다. 교사들이 쉬는 시간에 아니면 회의시간에 먹을 수 있게 떡 돌리기를 시킨다고 한다. 원래 자신의 업무가 아닌데 괜한 분란을 일으켜 잘릴까 싶어 하긴 하지만 참 하기 싫다는 것이다. 이번 전회련본부 단체교섭 요구안에 떡 돌리기 금지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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