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끝에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 부부 박형석(가명·49)·김지현(가명·44)씨. 박씨는 북한에서 기술자로 일했으나 기술수준이 낮아 한국에서 직장을 좀체 구하지 못했다. 두 아이를 포함해 4명의 일가족이 함께 북한을 나와 한국에 살고 있지만 먹고살 문제가 걱정이다.

이들 부부가 최근 한국폴리텍대학에 나란히 입학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폴리텍대에 따르면 남편 박씨는 지난달 충주캠퍼스 산업설비과에 입학해 자동화용접기술을 배우고 있다. 아내 김씨도 남편을 도와 생활을 꾸리기 위해 같은 캠퍼스 응용기계과의 문을 두드렸다. 박씨는 "기술로 인정받아 반드시 취업해 우리 가정이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들 부부처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늦은 나이에 폴리텍대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해군에서 장비정비 업무를 하는 오문식(53)씨 역시 퇴직 후를 준비하기 위해 올해 3월 폴리텍대 창원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에 입학했다.

오씨는 베이비부머 세대라 비슷한 연배끼리의 취업경쟁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전역할 예정"이라며 "이곳에서 배운 기술로 제2의 평생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선(32)씨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외국계 장비업체에 입사했지만 그 업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31세의 젊은 나이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지난 1년간 여기저기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취업난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기술을 배워 평생직업을 갖자는 생각에 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바이오배양공정과에 입학했다.

그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바이오 기술을 배우고자 폴리텍대학에 들어왔다"며 "2년 후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기술을 배우고 익힐 것"이라고 다짐했다.

폴리텍대 관계자는 "실업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취업 취약계층인 베이비부머 세대나 장애인들이 대학을 찾고 있다"며 "좌절하지 않고 기술을 배워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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