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기 통합진보당 후보

“농민과 서민, 그리고 노동자를 위해 뛰겠습니다. 농민후보로 당당히 나섰습니다. 농민 국회의원이 돼 농촌을 살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공무원 노조운동 출신의 박형기(57·사진) 통합진보당 후보. 전국공무원노조 전남지역본부장을 하다가 해직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전남 장흥·강진·영암군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

전형적인 민주통합당 텃밭인 장흥·강진·영암군에는 박 후보를 비롯해 새누리당·민주통합당·무소속 후보(2명) 등 5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매일노동뉴스>가 4일 오후 유선으로 공무원노조 출신의 박 후보를 인터뷰했다.

“농촌을 살리고 싶어 출마했다”

- 총선에 출마한 이유는.

“농촌이 어렵다. 정부는 농산물이 조금 오를라치면 가격을 통제한다. 반면 비료·농약·기름값은 한없이 올라도 대책이 없다. 농촌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어렵다. 그럼에도 신경 쓰는 정치인이 없다. 정부도 외면한다. '농민 국회의원'이 돼서 농촌을 살리고 싶었다.”

박 후보는 장흥이 고향이다. 장흥에서 나고 자라 장흥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전남 장흥·강진·영암군은 농토가 많은 농촌지역이다. 그런데 1년 전과 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5일장이 서는 재래시장에 가면 지난해와 올해 차이가 확연하다. 지난해엔 사람들로 북적이던 재래시장이 올해는 한산하다. 그만큼 농촌경제가 나빠진 것이다. 이런 점에 정말 화가 났다. 농촌이 잘살 수 있는 농민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는 82년 지방공무원 8급으로 고향 장흥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해직되기 전 맡았던 직책은 수산진흥계장(6급)이었다. 박 후보는 2002년 장흥군 공무원직장협의회를 만든 뒤 곧바로 노조로 전환했다. 2003년 전국공무원노조 장흥군지부장에 이어 2004년 노조 전남본부장을 하다 그해 말 노조의 총파업 여파로 파면 해임됐다. 이후 2007년까지 전남본부장을 역임했다. 일반 조합원으로 돌아간 2008년부터는 옛 민주노동당 장흥군위원장을 맡아 통합진보당까지 오게 됐다.

“장흥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23년 했어요. 파면된 뒤 아직도 못 돌아가고 있습니다. 2010년 6월 장흥군수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으니까 이번이 두 번째 출마네요.”

“공직사회 개혁은 공무원노조의 역할”


- 어떤 계기로 공무원 노조운동을 시작했나.
"당시 공직사회는 부조리한 면이 많이 있었다. 법률적으로는 부당한 지시에 대해 항의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항의하는 순간 왕따를 당하고 도태된다. 누구도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러니 공직사회가 부패의 온상이 된 것이다. 옳지 못하다고 과감히 반기를 들 수 있는 곳은 노조뿐이었다."

박 후보는“직협 결성에 이어 노조운동을 통해 공직개혁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공무원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에게 용돈이나 식사대접 받으며 도둑으로 매도되는 공무원이어선 안 된다"며 "공직사회 개혁이야말로 노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공무원 출신 농민후보를 자처하고 있다. 농촌의 현실은.
“80년대까지는 농사를 지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선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젊은이가 거의 없고 어린아이 울음소리도 그쳤다. 지금 농촌에서는 50대면 젊은이다. 이들마저 한두 명 남아 있을 뿐이다. 70대 이상만이 남았다.”

- 출마하는 지역의 사정은 어떤가.
“아직 청정해역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농촌지역이다. 반면 농사짓는 이들은 모두 고령이다. 더 쥐어짜도 물이 나오지 않는 고목화가 돼 버린 것이다. 청정해역이라서 산업시설이 들어오기 어렵다. 표고버섯·수산물·한우·비닐하우스 채소 등 특화된 생산물이 있지만 그마저도 정부가 등골을 빼먹고 있다. 고추·마늘 등 채소값이 올라가면 정부가 앞장서 중국 등에서 수입해 버린다. 농산물 추곡수매 가격도 올리지 못하게 한다. 미국산 쌀을 시장에 싼값에 방출하고 농산물 가격을 동결해 버린다. 반면 비료·농약·기름값은 50%까지 올라도 아무 말 안 한다. 농민은 (농기계를 돌리는) 기름으로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값이 올라도 안 쓸 수는 없고 생산비는 잔뜩 오르고 가격은 똥값이다. 현상유지면 다행이다. 농촌이 완전히 붕괴됐다.”

“농민들 한미FTA 걱정에 한숨만”


- 한미FTA 폐기·한중FTA 협상중단 공약이 눈에 띈다.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 전날인 지난해 11월21일부터 94일간 장흥군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벌였다. 한미FTA로 인해 농촌경제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시골인데도 평균 20명이 함께해 줬다. 어떤 날은 60~70명도 나왔다. 그렇게 순식간에 날치기 할 줄은 몰랐다. 정말 화가 났다.”

박 후보는 "유세를 다니다 보면 농민의 얼굴에서 한미FTA에 대한 시름이 느껴진다"고 했다.

“농민들은 앞으로 한미FTA로 인해 정부보조금도 없어지는 등 농촌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지금도 좋지 않은데 더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한미FTA 폐기에 동의해요.”

박 후보는 현재 한미FTA 전면폐기 장흥군연석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 ‘비정규직 철폐·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공약도 있다.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깊이 있게 인식하게 됐다. 같은 일터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차이 때문에 봉급도 절반 이상 차이가 난다. 국민의 혼을 망가뜨리는 제도다. 국민을 사분오열로 만들고 노동자끼리 싸우게 한다.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 공무원 노조운동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어렵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흔히들 공무원 노동자에 대해 영혼이 없다고 비판한다. 실제 노조가 없을 때는 부속품에 불과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공무원들은 정치적 자유를 철저히 배제당했다.”

박 후보는 공무원노조의 핵심역할로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엔 공직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노골적으로 횡행했다"며 "지금은 공무원노조의 부정부패 척결운동으로 많이 줄었고, 잘한다고 격려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그러나 "공무원노조법 폐지 없이는 미완성인 활동"이라고 밝혔다. 그는 “엉터리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노조법으로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후보가 많아 선거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판세는 어떤가.
“많이 어렵지만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선두로 앞서가는 민주통합당 후보를 따라잡는 게 관건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심이 나쁘지 않다. 다만 당이 장흥지역에서는 인기가 높은데 영암·강진지역에선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영암군의 삼호중공업 등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적극 호소할 것이다.”

- 당선되면 어떤 상임위를 선택하고 싶나.

“당연히 농림수산식품위원회다. 나는 농민과 서민, 노동자를 위해 출마한 사람이다. 다른 후보들의 지역개발 등 화려한 장밋빛 공약을 내놓은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농민과 서민, 노동자의 삶과 관계된 공약을 내놓았다. 국회에 가서 이를 잘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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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기 통합진보당 후보는

55년 전남 장흥 출생
82년 장흥군청 입사
98년 전남대 행정학대학원 졸업
전국공무원노조 장흥군지부장
전국공무원노조 전남지역본부장
2004년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운동으로 구속 후 파면해직
민주노동당 장흥지역위원회 위원장
한미FTA 전면폐기 장흥군연석회의 상임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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