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

대상판결 / 인천지방법원 2011가합6096 임금



1.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기 위한 요건



1)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질을 갖는 급여일 것

통상임금도 ‘임금’의 일종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임금에 해당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상여금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돼 있다면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그 지급사유의 발생이 불확정이고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5.26. 선고 2003다54322,54339 판결)

또 통상임금은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한 대가일 것을 요구한다. 물론 현실의 근로 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로서의 지위에 기해 임금이 발생한다는 이른바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있을 수 없다.(대법원 94다26721 전원합의체판결)

때문에 임금2분설을 취하지 않는 현재 입장에서 보면 이 요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은혜적 급여로 일시적인 경우에 통상임금은 물론 임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2) 고정적 임금일 것

1982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통상임금 개념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판례는 통상임금을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됨이 없이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일반임금”(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다1372 판결)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지금까지도 임금의 ‘고정성’을 통상임금 판단의 요건으로 인정하고 있다. ‘고정성’ 요건은 ‘일률성’과 다르게 임금수준의 비변동성, 즉 근무일수 등 근무성적에 따라 임금액이 달라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상여금 중에서 경영실적이나 근무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대법원 1990.11.9. 선고 90다카6948 판결)

또 정기적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도 근로자들이 상여금 지급일까지 근무했는지 여부와, 1년의 근속기간을 충족했는지 여부 등과 같은 실제 근무성적에 의해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비고정적인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다81974 판결)

이에 대해 ‘고정성’ 요건을 근로기준법과 동법 시행령에서 통상임금의 요소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통상임금 판결에서 고정성을 요건으로 삼는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이 있다.



3) 정기적 임금일 것

‘정기성’ 요건은 통상임금의 지급기준이 되는 시간단위가 정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주·월 또는 월을 초과하는 단위기간을 설정해 지급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경우에는 정기성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1년에 한번 지급하는 연말 상여금이나 김장수당 등도 정기성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4) 일률적 임금일 것

‘일률성’ 요건은 모든 근로자뿐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도 일률적 임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때 일정한 조건이란 고정적 조건이어야 하며 일시적·유동적 조건은 제외된다. 정기적으로 일정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상여금은 대부분 이러한 일률성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일률성의 요건을 갖추더라도 대부분의 정기 상여금은 대상기간중 근무일수, 1년을 근속했는지 여부 등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진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에 근무성적에 따른 비고정성이 발생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2. 대상판결의 의미



1) 사건의 쟁점

대상판결 사례에서도 근로자들은 위와 같은 통상임금 요건에 따라 자신들이 지급받은 상여금이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계속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적 임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임금의 고정성이 핵심적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사업주측은 ‘정기상여금은 1·3·6개월의 근속기간 및 휴직 뒤 복직에 따른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돼 비고정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근로자 귀책사유로 휴직 뒤 복직하는 경우 복직하는 날이 상여금 지급 15일 전인 경우에는 지급액의 100%, 15일 미만인 경우에는 일할 계산해 지급하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2) 판결 요지

사업주측이 주장하는 ‘상여금의 비고정성’에 대해 법원은 "일정한 근속기간 또는 휴직후 복직시 일정한 경우 일할 계산이라는 정기상여금 지급액 산정기준은 일시적·유동적인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사전에 이미 정해진 고정적 조건"이라고 판시했다. 특히 "통상임금에서 말하는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 함은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 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되는데, 어느 하나의 근속기간에 속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일률적으로 정해진 동일한 액수의 정기상여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일률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3) 판결의 의미

기존 대법원 판례는 정기상여금이라도 근로자들이 상여금 지급일까지 근무했는지 여부와 1년의 근속기간을 충족했는지 여부 등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될 경우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하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다81974 판결)

한편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적 임금들(체력단련비·명절휴가비·정근수당 등)이 근무일수나 근속기간 등 근무성적에 따른 임금액 변동이 없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대법원 2011.9.8. 선고 2011다22061 판결)

즉 기존 판례는 대체적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기 위해 임금의 정기성·일률성의 기준외에 별도로 ‘고정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서 임금의 고정성(즉 임금액의 변동성)을 판단하면서 일률성의 판단기준인 ‘지급조건의 고정성’만을 사용했다. 즉 임금액의 변동성보다는 임금지급 조건의 고정성만을 가지고 일률성과 고정성을 동시에 판단했기 때문에 임금의 고정성은 일률성을 충족할 때 나타나는 부수적 징표 내지는 결과로서 고려됐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제1항이 정하는 통상임금의 요건에 보다 부합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이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하다는 장점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대상판결의 논지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여부에 관한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에서는 대체적으로 임금의 고정성이 정기성·일률성과 함께 별도의 독립적인 판단지표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대법원은 환경미화원의 상여금(기말·정근·체력단련비 등)에 관한 사건에서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거나 실제의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고정적인 임금이 아닌 것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다’(대법원 2011.9.8. 선고 2011다22061 판결 등 다수)라고 해 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별도로 고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통상임금은 임금의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주 )사건(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41217 판결)에서 통상임금이란 정기적·일률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리고 고정적이고 평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란 것도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 즉 고정적 조건을 의미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임금의 고정성은 별도의 독립적 지표로 보기 어렵다. 다만 지급조건의 고정성(일률성)만으로 임금의 변동성 여부 즉 고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결국 대상판결은 지금까지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인정되던 임금의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요건중에서 고정성의 요건을 일률성 요소에 부수되는 기준으로만 인정했다. 그리고 정기성과 일률성의 기준(지급조건의 고정성)으로만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3. 결론

현재 통상임금의 개념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정기성과 일률성이란 요건을 두고 있다. 많은 대법원 판례에서는 정기성·일률성의 요건 외에 고정성의 요건을 독립적 지표로서 요구하고 있다. 실무에서 보면 정기성·일률성의 요건 외에 고정성의 요건을 독립적으로 요구할 경우에 사업주 측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서 임금의 비고정성을 강화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즉 고정성 요건을 독립적 지표로 요구할수록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에서 정기상여금은 사실상 기본급과 같이 정기적·일률적인 고정적 임금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통상임금이 근로자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의 산정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통상임금은 근로자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통상임금의 개념이 도입되기 이전 대법원이 인정하던 고정성의 요건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제1항에 맞춰 변경돼야 한다. 임금의 고정성은 별도의 독립적인 통상임금 인정 기준이 될 수 없다. 일률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경우뿐 아니라, 고정적 조건에 따라 지급되는 경우에도 고정적 평균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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