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노동자와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희망과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20여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 온 원천이고 현실정치에 투신한 이유입니다.”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참여에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 산별조직은 금융노조다. 금융노조는 자체적으로 정치바람을 일으켜 한국노총과 옛 민주당을 이어 주는 가교 노릇을 했다. 지난달 발표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심사 결과 김기준(54·사진) 금융노조 정치위원장이 당선이 유력한 12번을 배정받았다.

김기준 후보는 지난 2000년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금융노련의 산별노조 전환을 주도한 인물이다.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금융 노동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있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언인가.


“진보정치를 하는 데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노동운동을 하면서 늘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때다 싶은 순간이 없었다. 그러던 중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반노동자 정책이 횡행하고 금융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들이 여기저기 터져나왔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의 한 주체로 참여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의원대회 결의에 따른 것인데 사실상 금융노조가 주도를 했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신자유주의와 치열하게 싸워 왔다. 근래의 투쟁들은 더더욱 진보성을 띠고 있다. 금융노조의 도움을 받고 금융노조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 가벼운 질문부터 하자. 학창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자’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내가 학교에 입학했던 77년에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벌어졌다. 입학과 동시에 ‘고전연구회’라는 동아리에 들어가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 같은 책들을 읽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알던 세상과 현실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학생운동에 합류했다. 10·26 부정선거와 서울의 봄, 광주항쟁 등이 이어졌다. 당시 받았던 감흥이나 정신적인 충격이 세상을 살아오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 그런 활동이 졸업 이후에도 이어졌나.

“졸업 후 '어떤 것이 보람 있게 사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처럼 위장취업 등으로 사회에 나와서도 운동을 계속한 사람들이 있었다. 난 그러질 못했다. 다만 광주항쟁을 지켜보면서 밥벌이 현장에 있더라도 인권과 민중이라는 두 가지를 떠올리며 살자고 다짐했다.”

- 노동운동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외환은행에 입행할 당시만 해도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독재를 멀뚱히 지켜보고 있었던 상급단체에 대한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위의 권유가 계속됐고, 어느 순간 부딪혀 보지도 않고 미리 선을 긋는 것은 나약한 생각이라는 의식이 생겼다. 열심히 했던 탓인지 따르는 사람이 생겼고, 97년 IMF 당시에는 외환은행노조 위원장으로 일했다. 일괄적인 30%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면서 노동운동에 깊이 빠져들었다.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파괴적인 행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당시 금융노련 위원장)과 함께 금융노조를 만들었다. 당시의 긴장감 있고 치열했던 운동은 지금 돌아봐도 뿌듯하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렇게 거대한 싸움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 김 후보가 비례대표로 확정되자 금융노조가 "금융정책 전망이 밝다"고 논평했다.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지주사로 대표되는 은행의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여기에서 금융의 공공성 훼손과 무한경쟁의 문제가 출발한다. 지주사 체제는 은행은 곧 돈 장사라는 저급한 철학이 깔린 시스템이다. '자금 중계 기능'이라는 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단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이다. 혼자 힘으로도 안 된다. 대중 조직과 금융노조가 소통하고 역할을 분담해서 이뤄 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 노동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싶나.

“당선이 된다면 노동계를 대표해서 국회로 가는 것이다. 노동문제 전체를 신경 써야 한다. 1차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같은 노동자를 계급으로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채용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쪽으로 하고, 정규직과의 임금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축이자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쪽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다.”

-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가 지향하는 바를 품고 있는 당인가.

“그렇다. 과거 민주당 집권 10년이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개혁의 요구가 생겨났고, 민주통합당이 출범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특히 한국노총이 통합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노동부문에서 큰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아직은 눈에 띄는 것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민주통합당은 현재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진보적인 대중정당으로 가기 위한 많은 정책을 받아들이고 있다.”

- 한국노총은 한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정책연대를 한 적이 있다.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다시 정책연대를 했다면 어땠을 것 같나.

"그랬더라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에 뛰어들었을지 몰라도 한국노총의 일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과거 진보신당의 당원이었다. 아마 그곳에 계속 남아 진보정치를 위한 운동원 역할을 했을 것 같다.”

- 새누리당도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진정성이 없다.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그런 척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노동정책만큼은 쉽사리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노동공약을 거짓으로 할 수 없다. 노동자 세력이 당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담보력을 갖추고 있다.”

- 외환은행 지점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데.

“2008년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일반 조합원으로 돌아가 금융노조의 일원으로 현장에서 내 역할을 다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행측에서 이런저런 경력을 감안했던지 지점장을 맡겼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관리자들에게 불만이나 바라는 점이 많았다. 이런 것들을 내가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쉽지는 않았다. 성과를 중시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이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을 중심에 둔 관리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성과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여러 고객들을 만나면서 서민의 입장에서 은행이라는 조직이 갖춰야 할 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지점장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조금 더 균형 있게 다듬어진 것 같다.”

- 금융노동자들의 단결이 비례대표 선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금융노동자들은 정말 어렵게 산다. 보수가 조금 높을 뿐이지 이게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물론 그러지 못한 계층에 비하면 사치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연 금융노동자 중 얼마나 행복을 느낄까 의문이 든다. 성과주의에 시달려 이들이 하루하루 받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내가 지점장이었을 때 늘 어디에 손을 비비는 일이 발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금융노동자들이 스트레스 없이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떤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물론 해답은 나와 있다.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다. 철저하게 약자의 편에 섰다는 점에서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이것이 정치가가 가야 할 길,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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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민주통합당 후보는

경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노사정위원회 금융구조조정 특위 위원
전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
전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
전 금융노조 위원장
전 금융경제연구소 이사장
현 한국비정규노동센타 이사
현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
현 금융노조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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