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언론사들은 격전지라는 이름으로 앞다퉈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이런 여론조사는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매일경제는 2일자로 서울 강남을의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15%포인트 이상 앞선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폐기를 주장하는 야당의 유력 정치인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고 있다.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 정도 격차는 야당 후보로서는 ‘넘사벽’이다. 이러면 대세론은 굳어지고 투표 포기자가 늘어난다.

그런데 여론조사는 과연 선거 도우미일까. 최근 출간된 <락 더 보트>의 저자는 잘라 말한다.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 저자인 류정민 기자는 10년째 국회를 출입한 베테랑 기자다. 언론사를 감시하는 ‘미디어오늘’에서 정치팀장을 맡고 있다. 그의 저서 <락 더 보트>는 여론조사의 허구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어 지대한 영향력에 비해 허점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다.

<락 더 보트>는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여론조사가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다수 언론사들이 예측했던 선거결과는 출구조사에서부터 판판이 뒤집혔다. 출구조사는 개표 결과로 이어졌다. 여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던 지역은 박빙승부를 펼치거나 야당이 이겼고, 접전지역으로 분류한 지역은 야당이 압승했다.

한발 더 나아가 <락 더 보트>는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40~50%에 달하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의 비결도 여론조사의 함정을 이용한 덕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을 지지하느냐’는 직접적인 질문 대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문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KT 등재 집전화 여론조사 방식은 여권의 후보 지지율을 높여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동아일보는 이러한 방식을 활용해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와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접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대한민국 청춘을 위한 정치 공략집’이라는 부제를 단 <락 더 보트>가 능력 없는 정치인을 해고하는 방법으로 청년들에게 권한 것은 ‘참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갈랐던 것은 20대 투표율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20대 투표율이 56.6%였던 2002년 대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46.6%였던 2006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은 것은 2002년 대선뿐이었다. 저자가 “20대의 절반만 투표해도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하며 미국에서 20년 동안 이뤄진 젊은층의 투표참여 운동인 '락 더 보트'를 책 제목으로 삼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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