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최근 노동생산성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다. 지난 27일 고용노동부 장관은 미국 자동차 공장을 다녀온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에 비해 낮다고 질책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 사측 역시 연일 사보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연초부터 쟁점이 된 장시간 근로 문제가 이제 노동생산성이 낮아 노동시간이 길다는 이야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야기하는 노동생산성이란 무엇일까. 노동생산성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부가가치를 총노동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부가가치 생산량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부가가치(판매가에서 재료비를 뺀 액수)가 있는 자동차를 100명의 노동자가 1시간(총노동시간은 100시간) 일해서 만들었다면 노동생산성은 1시간당 1억원이다. 시간당 1억원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일해 200억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었다면 생산성이 두 배 증가한 것이고, 반대로 절반의 노동자가 1시간당 같은 액수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도 생산성이 두 배 증가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런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우 2008년에 비해 지난해 30% 넘게 상승했다.

다음으로 단순 생산개수를 총노동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는 노동생산성 측정방법이 있다. 100대의 차를 100명의 노동자가 1시간 동안 생산했다면 노동생산성은 1시간당 1대다. 같은 수의 노동자들이 1시간 동안 200대의 차를 만들었다면 생산성이 두 배 증가한 것이고, 절반의 노동자들이 같은 대수의 자동차를 1시간 동안 만들어도 생산성이 두 배 증가한 것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량 기준 노동생산성은 2008년에 비해 지난해 15% 가까이 증가했다(완성차 기준).

지난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은 3년 전에 비해 부가가치 기준 30%, 생산량 기준 15% 증가했다. 3년간 매년 약 10%, 5%씩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은 이런 생산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기아차가 노동생산성이 낮다며 자동차 1대당 생산시간(HPV, Hours Per Vehicle)을 근거로 댔다. 국내 현대·기아차의 차 한 대당 생산시간이 31.3시간 걸리는 데 비해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17.4시간이 걸리니, 노동생산성이 한국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차 사측도 입만 열면 언론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차당 생산시간이다.

그런데 이는 노동생산성과 그다지 상관이 없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는 ‘공장 생산성’이다. 설비의 수준과 투입되는 차종, 생산직 인원 등에 의해 결정되는 수치다. 넓은 공장 부지에 최신 설비로 2010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조지아공장과 많은 설비 개선이 있기는 했지만 30년 전에 건설된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방식이 같을 수는 없다. 더군다나 현대차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설비 투자보다 비용이 싼 장시간 노동을 통해 이윤을 만들어 왔고, 90년대 이후에는 신규채용도 많이 하지 않아 고령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생산을 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적은 자본 투자 속에서도 오로지 노동강도 상승을 통해 높은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노동운동의 정치적 사회적 힘이 약화하면서 노동자들이 자본이 지출해야 할 몫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장시간 근로 문제를 노동생산성 문제로 뒤바꾸는 것은 이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더라도 그 비용을 노동이 더 높은 노동강도로 메우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정부는 노동생산성 ‘꼼수’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와 고용증대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도 알고 있듯이 노동강도를 올리고, 노동시간을 유연화시켜 노동시간을 단축해 봤자 노동자들의 행복이 늘지는 않는다. 기업의 이윤은 크게 늘겠지만 말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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