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안양상담소 실장

Q) 지방 소재 제조업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해 잉여인력을 2∼3개월 분사업체로 파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회사에서는 1998년에도 이러한 인사이동을 단행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도 이와 관련해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강제적으로 파견을 보낼 수 있는지요. 또한 회사제안을 거부한다면 해고가 되는 건지요.

A) 회사의 제안은 근로자가 당초 소속기업에 재적한 채 상당기간 다른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인사처분으로 기업 간의 인사이동 중 하나인 ‘전출’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전출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인사이동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이므로 해당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민법 제657조 제1항 참조). 여기서 ‘근로자의 동의’는 개별적·구체적 동의가 원칙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리 전적할 계열기업을 특정하고 그 기업에서 종사해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해 사전 동의를 얻은 경우” 포괄적 동의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1.26. 선고 92다11695판결 참조). 또한 전출에 관한 근로자의 포괄적 동의는 관행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는데, 대법원은 “그와 같은 관행이 해당기업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구성원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돼 있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5다29970 판결 참조).

사안의 경우 전출에 대한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없으므로 이에 대한 포괄적 동의 내지 노사관행이 성립돼 있느냐가 문제되는데, 취업규칙 등에 관련 규정이 없는 점에 비추어 포괄적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과거 1회 이러한 전출이 있었다고는 하나 구성원들 사이에 노사관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명확히 승인되거나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된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전출이 사용자의 인사권남용에 해당해 무효이므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신청해 구제를 받거나, 법원에 소를 제기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정당하지 않은 전출명령을 불응하는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다면 이는 부당해고가 될 것입니다. 다만 참고로 사안의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전출을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거부한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소정의 경영상 해고의 요건(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것,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을 것,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대상자를 선정할 것, 해고 50일 전까지 근로자대표와의 사전협의를 할 것)을 정당히 갖추어 해고하는 경우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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