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노노모 회장)

2001년 한전에서 분사된 발전회사의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설립된 산별노조인 한국발전산업노조는 2006년 9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하루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쟁의권을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직권중재가 존재하던 시절이라 많은 조합원들이 징계를 받게 됐다. 발전회사는 하루 파업에 참여한 발전노조의 임명직 조합간부 B를 적극 가담자로 분류해 정직 5개월의 징계처분을 했으나 노동위원회의 판정과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부당징계로 최종 확정됐다.

회사는 B에 대한 징계가 부당징계로 확정되자 다시 징계양정을 변경해 2009년 12월18일 정직 1개월의 재징계처분을 했다. B는 곧바로 재심을 신청했으나 회사는 조속히 재심을 개최하지 않고 지연시키고 있었다. 필자는 당시에 발전노조 법규부장으로 상근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재심에서 B의 징계처분이 변경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재징계처분일(2009년 12월18일)을 기준으로 3개월이 되기 전인 2010년 3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사는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된 후 한참이 지나 심문회의 개최 통지를 받은 이후인 2010년 4월26일에야 재심을 개최해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감봉 5개월의 징계처분으로 변경해 최종 재징계처분을 했다. 필자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취하했고, 재심 재징계처분일(2010년 4월26일)을 기준으로 다시 2010년 7월22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감봉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지노위는 이 사건을 전남지노위(전남 2010부해256/부노227 병합)로 이송했다. 전남지노위는 위 구제신청이 재징계처분일(2009년 12월18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했다는 이유를 들어 각하했고, 중노위(중앙 2010부해1058/부노368 병합)도 동일한 이유로 사건을 기각(사실상 각하 판단과 동일한 판단임)했다.

발전노조는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2011.5.13 선고 2011구합921 판결)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했다. 발전회사와 중노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서울고등법원 2011.11.18 선고 2011누18764 판결)와 상고(2011두31505, 심리불속행기각)했으나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전남지노위와 중노위가 이 사건을 각하한 근거는 2007년 5월29일 노동위원회규칙 개정 당시 구제신청의 기산일과 관련해 신설된 제40조제4호의 규정(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징계 재심 절차가 규정된 때에는 원처분일)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위원회규칙 제40조제4호가 신설되기 전에는 재심에서 징계양정이 변경된 경우에는 재심처분일을 기준으로 구제신청의 기산일을 산정해 왔으므로 동 규정은 예전과 동일하게 재심에서 징계양정이 변경되지 않은 경우에만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2011구합921 판결)은 “참가인은 재심절차에서 이 사건 재징계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으므로 이 사건 재징계처분은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됐고, 이 사건 재심처분은 이 사건 재징계처분을 감경하는 내용이므로 이 사건 재징계처분과 다른 내용이며, 원고는 이 사건 재징계처분이 아니라 이 사건 재심처분이 부당해고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으므로, 그 권리구제신청기산의 기산점은 원고가 이 사건 재심처분을 통지받은 날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재심처분일인 2010년 4월26일로부터 기산해도 3개월이 경과하지 않았음이 역수상 명백한 2010년 7월22일 이뤄진 원고의 구제신청은 근로기준법 제28조제2항의 소정의 권리구제신청기간을 도과하지 아니하여 적법하다”고 판시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필자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중노위의 송무담당자가 재판 과정에서 전남지노위와 중노위의 판정문에도 존재하지 않던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제1항제5호의 규정(같은 당사자가 같은 취지의 구제신청을 거듭해 제기한 경우)을 또 다른 각하사유의 근거라고, 법리적 근거도 없는 황당한 주장을 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원고가 이 사건 재징계처분에 대한 구제신청 사건에서 그 신청취지를 이 사건 재심처분에 대한 구제를 구하는 것으로 변경했다가 위 구제신청을 취하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기 전에 취하했다가 다시 제기한 구제신청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판단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구제신청 각하사유 중 노동위원회규칙 제60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같은 당사자가 같은 취지의 구제신청을 거듭해 제기’한 경우란 노동위원회가 구제신청 사건을 심리 중이거나 이미 판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당사자가 같은 취지의 구제신청을 다시 제기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2006년 파업 참여를 이유로 3년이 훨씬 경과한 후인 2010년에 최종 재징계처분을 받은 것이다. 최종 재징계처분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정작 노동위원회의 불통으로 인해 징계사유 및 징계양정 등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단지 각하사유의 불법성을 판단받는 데 장장 2년이라는 시간이 소비됐다는 결론이 이르게 된다. 노동위원회의 불통(不通)으로 인한 노동자의 손해는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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