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
한국발전산업노조는 발전 5개사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가입한 소산별노조다. 그런데 지난 2010년 동서발전이 조합원들을 토마토·사과·배로 구분해 관리한 사실이 드러난 후 조합원 탈퇴서가 발전노조에 묶음으로 배송됐다. 그 후 동서발전에는 기업별노조가 설립됐다. 사업소 간 대규모 전보인사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그렇게 발전 5개사에는 유사한 방식으로 모두 기업별노조가 설립됐다. 6천500명이였던 발전노조 조합원은 1천300명으로 줄었다. 교섭권도 모두 기업별노조로 넘어갔다. 결국 5대 집행부는 올해 1월 진행된 불신임투표에서 76% 찬성률로 해임돼 중도하차했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보장받으며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데 발전노조가 앞장서겠습니다."

지난달 28~29일 진행된 6대 임원선거에서 94.9%의 찬성률로 당선된 신현규(47·사진) 발전노조 위원장은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았다. 신 위원장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많은 조합원들이 사측의 탄압을 못 견뎌 발전노조를 떠났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해 떠난 이들은 소수"라며 "기업별노조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를 국정조사와 법적 조치 등을 통해 반드시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료를 백서로 출간해 사회적으로 이슈화할 계획이다.

이달 1일 취임한 신 위원장의 임기는 2014년 3월까지다. 지난 92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그는 초대 발전노조 사무처장과 2·3대 중부발전본부 위원장, 4대 발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신 위원장은 조합원을 위해 '살풀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노골적으로 진행된 사측의 탄압으로 발전노조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도, 탈퇴한 조합원들도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며 "전국을 돌며 조합원들과 소통을 통해 그간 느꼈던 불안함과 두려움 등 조합원들의 마음속에 남은 응어리와 상처를 풀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 5개사에 모두 기업별노조가 들어선 것과 관련해 내부성찰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장은 "발전노조의 현재 상황이 회사의 탄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내부의 원인을 짚어 봐야 한다"며 "재발되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지난 10년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성찰과 사측의 탄압에 맞선 투쟁으로 조직을 재건하는 게 그의 두 번째 목표다.

신 위원장은 "올해는 기업별노조와 사측의 야합으로 발전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성과연봉제와 상시퇴출제 도입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가 무리수를 써 가며 기업별노조를 만든 이유가 현장 곳곳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몇몇 본부에서는 기존 단협을 취업규칙 수준으로 개악하는 교섭이 진행되고 있고, 전반적으로 단협의 하향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별노조 조합원들도 결국에는 함께할 동지들입니다. 기존 임단협의 개악을 막을 수 있도록 견제역할을 하고, 사측의 횡포로부터 발전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싸우겠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 같은 실천으로 조합원들에게 다시 신뢰를 얻으면 조직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신 위원장은 대외적으로는 발전산업 민영화 저지와 전력산업 통합을 위해 연대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떠난 동지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발전노조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온갖 탄압에 굴하지 않고 남은 조합원들과 떠난 동지들 모두가 당당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데 발전노조가 버팀목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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