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이
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 공인노무사

대상판례/ 대법원 2011두7076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2012년 2월23일 오후 2시.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상고를 기각했다는 소식이 각 언론사의 실시간 속보로 보도됐다.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고 펄쩍 뛰었던 현대자동차는 할 말을 잃었고, “하청노동자 최병승은 2004년 3월13일부로 현대자동차 정규직이 됐다”는 것은 다툼 불가능한 사실로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최병승 조합원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던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위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취소’됐다. 노동위원회 규칙 제99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에는 그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 ‘재처분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공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넘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처분은 어떠한 내용으로 이루어질까. 우선 현대자동차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했던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현대자동차가 최병승 조합원을 ‘해고’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만약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자동차의 해고를 ‘정당한 해고’로 판단해버리면 최병승 조합원은 ‘현대자동차 정규직’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정규직 해고자’가 돼버린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재처분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보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확정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재처분이기 때문이다.

2012년 2월23일 대법원의 판결문을 보자.

“(원심 2010. 7. 22. 대법원에서 고등법원 판결이 파기환송됨으로써, 다시 이루어진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

은) 2004년 3월13일부터 사용사업주인 참가인과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고, 그럼에도 참가인이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부정하면서 원고의 사업장 출입을 막고 그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을 뜻을 명백히 밝힘으로써 원고를 해고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대법원의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위 판결은 최병승 조합원에 대해 하청업체가 한 징계해고 처분과, 현대자동차가 한 해고 처분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즉 하청업체는 파업 참여를 ‘무단결근’으로 봐 최병승 조합원을 ‘징계해고’했고, 그 직후 현대자동차는 ‘당신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는 이유로 최병승 조합원의 출입을 막고 근로수령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또 한 번의 ‘해고’를 한 것이다.

하청업체의 해고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가 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효이며, 최병승 조합원과 현대자동차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아산공장 사건에서 “하청업체의 해고는 고용간주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하청업체의 해고가 현대자동차의 해고로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2007나66977). 또한 현대자동차의 해고는 ‘근로자인 자를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해고한 것이기 때문에 사유 자체가 정당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가 성립한다.

결국 “현대자동차가 사용자로서 최병승을 해고했지만, 이 해고는 정당하다”는 것은 2012년 2년23일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한다. 사실상 최병승 조합원에 대한 재처분 사건에 있어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은 것이다.

현재 중노위에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울산공장 사건)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아산공장 사건)의 판정에 대한 재심신청 사건이 계류 중이며, 조만간 전주공장 사건에 대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해서도 재심이 제기될 것이다. 이중 특히 부산지노위는 1·3공장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는 현대자동차라고 인정하면서도, 195명 중 달랑 5명에 대해서만 부당해고 판정을 내려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 판정 결과를 통보하는 조사관에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모두 고용의제자인데, 왜 5명만 구제명령을 한다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실 것이다”라는 답을 들었을 뿐이다. 그 뒤 주변의 노무사와 변호사의 자문도 구하면서 정말 깊이 생각해보았지만, 그 높은 뜻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충남지노위와 전북지노위의 경우에는 고용의제된 자들에 대해서는 모두 ‘부당해고’로 판정한 것을 볼 때,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매우 ‘독특한’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최병승 조합원에 대한 이번 중앙노동위원회 재처분은 대법원 확정판결 후 중노위가 현대자동차에 대해 최초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공법상 구제명령’을 발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점에서, 그리고 위 3개 지방노동위원회 사건에 관한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부디 중노위가 법리적 상식에 기초해 판단하기를, 확정판결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기를 기대한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이미 답이 있다.

<주>
1. 2010.7.22 대법원에서 고등법원 판결이 파기환송됨으로써 다시 이뤄진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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