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생산하는 거의 모든 공정에서 벤젠과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가공라인의 포토공정뿐만 아니라 조립라인 몰딩공정에서도 벤젠 등이 발견됐다. 벤젠과 같은 방향족화합물은 백혈병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포토공정 중 UV를 이용한 노광과정에서 감광액 성분이 분해돼 벤젠과 같은 2차 생성물질이 발생될 수 있다는 미국 특허자료도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SDI가 2004년에 획득한 국내 특허자료에는 평판표시장치(flat display device)의 패터닝 공정 중 광반응에 의해 방향족화합물 등 유기가스가 관측되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

특정 공정에서 발생한 유기가스가 공기순환을 통해 인접 공정으로 확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지역(working area)의 공기가 서비스지역으로 유입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정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몰드공정은 발암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공정 중에 부산물로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대상 조립라인의 경우 몰드공정이 인접 공정들과 공기가 혼합될 수 있는 구조의 환기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반도체 웨이퍼 가공라인 5곳과 조립라인 4곳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조사·연구한 내용을 담은 이번 보고서는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 판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란 공인노무사는 "시설이 최신식으로 바뀐 근래에 실시한 조사임에도 반도체 공정에서 방향족화합물들이 나왔다는 것은 시설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이들 화합물의 노출 수준이 더 높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반도체 노동자 산재 문제와 관련해 작업환경 연계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연계성이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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