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은주 후보 선거운동사무실

“현대중공업 ‘기업 정치’의 횡포로부터 울산 동구를 구해 내겠습니다.”

이은주(47·사진) 통합진보당 후보는 울산지역에서 유일한 여성후보다. 4·5대 울산시의원을 지낸 그가 이번엔 국회에 도전장을 냈다. 국회 입성을 위해서는 울산 동구의 사회·경제·정치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의 일전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대 왕국’으로 불리는 울산 동구에서 과연 진보정치의 꽃은 피어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6일 울산 동구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

-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을 거쳐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됐는데.

"지난달 당내 경선을 거쳐 통합진보당 울산 동구 총선후보로 확정됐다. 당시 경선 파트너였던 노옥희 후보는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주셨다. 후보로 확정된 뒤 동구 주민들을 만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다. 새벽에 출근하는 현대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을 만나 뵙고, 오전에는 교육센터나 주민자치센터를 찾는다. 오후에는 지역 상가밀집지역이나 재래시장을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녁에는 지역 소모임 행사를 찾고, 노동자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지역 사업장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보기보다 체력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주민들을 만나 보니 의외로 정치문제에 무관심한 분들이 많았다. 자신들의 삶이 너무 고단하기 때문이다. 울산 동구도 대기업들이 골목상권까지 잠식하고 있어 자영업자분들이 너무 힘들어하신다. 노동자의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 역시 심각하다. 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주민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가 남은 시의원직을 사퇴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나.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했다. 보람도 느꼈고 분에 넘칠 정도로 사랑도 받았다. 시의원 재선할 때는 압도적 지지도 받았다. 이런 이유로 평소 중앙정치에까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야권단일화를 거쳐 당시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가 동구청장에 당선된 뒤 총선에서도 야당이 해 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울산 동구는 특수한 정치지형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직간접적인 정치개입이 엄연히 존재한다. 총선이나 지자체선거 등은 물론이고, 노조 선거에까지 회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사업장 밖에서도 현대의 입김은 막강하다. 이 지역 하청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의 자영업자들도 먹고살려면 현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현대 왕국’이나 다름없다.

이번 총선에서 현대의 기업정치를 청산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원들이 토론을 거쳐 나를 지역의 도구로 선택해 주셨다. 누군가는 해야 할 기업정치 청산이라는 과제 앞에 망설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현대의 철옹성인 울산 동구에서 진보정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노조를 시작으로 노동운동의 흐름이 시작된 지역이고, 진보정치가 가장 먼저 시작된 지역이다. 95년 도의원이 나온 이래 김창현·이영순 구청장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지역정치에서 진보정치의 실험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진보정당 출신 국회의원을 내지는 못했다. 정몽준씨는 선거 기간에 동구에 얼굴 한 번 안 비치고도 손쉽게 당선됐다. 대기업의 힘은 막강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진보전당과 조합원들은 탄압을 받았다. 심지어 통합진보당 당원이 운영하는 식당에는 현대 직원들이 밥을 먹으러 오지도 않는다.

그런 속에서 당을 지키고, 진보정당만의 밀착형 지역정치를 뿌리내려 왔다. 지금껏 넘지 못한 국회라는 벽을 이번에는 반드시 넘어야 한다. 진보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 울산 동구 지역의 주요 현안은 무엇이고,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면 하나는 조선업종 비정규직 문제이고, 또 하나는 매년 1천명씩 쏟아져 나오는 퇴직 노동자의 노후복지 문제다. 현대중공업만 해도 현장직의 60~70%가 사내하청 비정규직이다.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법안을 19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처리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핵심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불법파견 근절, 정규직 전환 지원기금 마련 등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5년간 13조원의 누적 흑자를 냈다. 매년 1천명이 넘는 퇴직자가 회사를 떠나는데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고작 100~200명 수준이다. 기업이 사내하청 불법고용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능인 일자리 창출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씨는 현대중공업의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하지 않으면서 대권주자 운운할 자격이 없다.

퇴직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계획을 갖고 있다. ‘노동자 건강증진센터’를 통한 퇴직 노동자들의 퇴직 후 건강관리, ‘퇴직자 제2 인생설계 센터’를 통한 사회적응 프로그램 가동이다. 평생을 돈만 번 퇴직자들은 퇴직 후 가족 내에서 적응을 못하고 외톨이가 되기 일쑤다. 가족 내 불협화음의 당사자가 되거나,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지역사회가 이들을 위해 가족 간 상담과 취업정보, 자원봉사 연계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 대학 졸업 뒤 동서문화사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노조활동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뒤에는 인천산업선교회에 들어가 노동자료를 만드는 일꾼으로 일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곳이 동서문화사라는 조그만 출판사였다.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번역하고 편집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사장이 어용노조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자 사장은 회사를 폐업하고 노조 위원장을 해고시켰다. 그래서 얼떨결에 내가 노조 위원장이 됐다. 하루하루 투쟁을 벌이는데 회사가 노조 임원 3명에게 폭력혐의를 씌워 고소했다.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잡범으로 수감됐다. 그때 임수경씨가 방북한 뒤 돌아와서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었는데, 동서문화사노조 간부들을 양심수 사동으로 보내 달라고 옥중에서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그 덕으로 양심수 사동에서 6개월 정도 살다가 무죄로 석방됐다.

노조 경험은 내 삶에서 가장 힘들고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석방돼 나오니 조합원들은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승리하지 못한 싸움의 경험은 나로 하여금 ‘앞으로 살면서 뭔가 앞장서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인생이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 노조 위원장 경험의 아픔을 안고 울산에 내려와 정착했는데.

"울산에 오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자고 결심했다. 마침 울산 동구에서는 지역정치운동, 진보정치운동이 태동하던 때였다. 주로 여성문제 관련 지역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빈곤여성·여성가장과 폭력에 노출된 여성,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지역정치의 리더로 성장해 왔다.

이번에 울산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온 후보들 가운데 나는 유일한 여성후보다. 그동안 여성의 눈으로 사회를 보면서 느꼈던 많은 문제들을 이제는 국회에 가서 법과 제도로 해결해 나가고 싶다. 이번 선거에 남편과 두 아이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 주고 있다. 중3과 고3인 아이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진보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울산 동구의 주민들의 언로를 차단해 온 기업정치의 횡포를 허물어뜨리는 데 기꺼이 한 몸 바칠 준비가 돼 있다. 유권자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은주 통합진보당 후보는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동서문화사 노조 위원장
울산광역시의회 4대 의원
울산광역시의회 5대 의원
울산광역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울산광역시의회 여성의원연구모임 회장
통합진보당 울산 비정규직권리찾기 운동본부장
통합진보당 울산 무상의료위원회 공동위원장
통합진보당 중소상인살리기 운동본부 공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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