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협 민주통합당 후보
김경협(50·사진) 민주통합당 부천원미갑 후보는 검찰과 악연이 깊다. 그는 올해 1월31일 선거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다.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에서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가 돌렸다는 봉투는 출판기념회 초청장으로 밝혀졌고, 검찰은 압수수색 이틀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그와 인연이 깊은 고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9일 밤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선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 후보는 노란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났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선거운동 때 썼던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을 하던 날 옷을 입고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아내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내 줬다고 한다. 노란목도리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경력과도 이어진다. 지역 행사장에 가면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해도 '노란목도리'는 기억한다.

“새누리당, 아무리 못해도 고정지지층 있어”

김 후보는 이달 8일 민주통합당 부천원미갑 전략공천자로 결정됐다. 오는 17~18일 백현종 통합진보당 후보와 야권연대 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경선을 벌인다. 김 후보는 최근 지역정서를 묻자 “이명박 정부 4년 실정에 대한 허탈과 분노가 많이 느껴진다”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때 분위기와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민심이 어떤지 확실히 느낌이 오죠."

김 후보는 "그렇다고 해서 자동으로 여소야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새누리당은 아무리 못해도 고정지지층이 30% 정도는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천원미갑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다.

지역의 최대 현안은 뉴타운 재개발이다. 지난해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총선에도 출마했던 그는 '주민이 쫓겨나지 않는 뉴타운'을 공약했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원미뉴타운 성공적 완수'를 약속했다. 김 후보는 "4년 전에도 현행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뉴타운을 추진하면 부동산 경기가 내려갔을 때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민들 간에 싸움만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염려했던 일이 4년 뒤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4년 전에도 '쫓겨나지 않는 뉴타운' 말해”

"현행법에서는 뉴타운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분양가를 얘기해 주지 않고 일단 동의서를 받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조합이 설립되면 동의서를 철회할 수가 없어요. 보상가와 분양가를 먼저 확인한 다음 주민 동의절차를 한 번 더 거치고 75% 이상이 동의했을 때 사업을 인가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없어집니다."

김 후보가 해결할 지역현안이 뉴타운 재개발이라면, 전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고 싶은 것은 일자리 문제다. 그는 "국회의원 299명 중에 단 한 명의 고용정책전문가도 없다"며 "국가고용정책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는 시장이 만드는 영역이 있고, 공공이 만드는 영역이 있습니다. 시장 영역은 어떻게 할 여지가 없는 것이고,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과제죠."

김 후보는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시절 국가자원배분회의를 떠올리며 노동·환경 분야가 자원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현실을 지적했다.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국가자원을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할 지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것이었죠. 외교안보국방이 1순위, 그 다음이 경제산업교육, 맨 마지막이 노동·환경입니다. 전부 다 쓰고 난 다음에 투자해서는 일자리를 해결할 수가 없죠."

“노동·고용이 국가정책 최우선 순위돼야”

그는 "노동과 고용을 국가정책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행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부총리급 고용정책 총괄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전 부처가 우선적으로 고용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국방부는 제대한 뒤 사회로 진출하는 군인들을 위해 제대 6개월 전부터 직업훈련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부유럽은 고용정책이 국가정책의 가장 우선순위에 들어가 있습니다. 올해 말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고용정책을 대선공약에 넣고 정부 조직개편까지 이끌어 내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김 후보는 노동자 후보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는 질문에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단협만 가지고 해결되지 않는 것이 사회개혁의 문제입니다. 정치적으로 법과 제도를 어떻게 해결하는냐에 따라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지키고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막아 낼 수 있습니다."

그는 "노동자 후보 비율이 너무 적다"며 "노동계 후보는 개별적으로 국회에 진출해서도 안 되고 조직화된 힘을 바탕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이 어떤 삶 살았는지 봐 달라”

김 후보는 "검찰의 압수수색 해프닝을 계기로 검찰개혁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요즘 당과 함께 검찰개혁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관철하지 못한 검경수사권 분리,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검사장 국민 직선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그의 3년치 개인통장과 휴대전화까지 압수해 갔다. 휴대전화를 돌려 달라고 하자 급하면 찾아가라고 했단다.

"얼마나 억울한 사람이 많을까요. 누구도 터치하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검찰왕국입니다.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한두 가지 약점을 잡히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요. 저 같은 사람은 가능합니다. 3년치 개인통장까지 털었지만 나온 게 없으니까요."

김 후보는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전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평가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인지, 우리 사회의 개혁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경험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니 만큼 삶의 연장선상에서 판단하는 게 맞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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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김경협 후보는 누구?
'노사정·갈등해결 전문가'로 입소문
김경협 후보는 80년대 초 민주화운동으로 2년2개월을 감옥에서 지냈다. 87년 부천에 둥지를 틀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세상은 대중의 조직된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그를 노동현장으로 이끌었다. 부천지역금속노조 위원장과 한국노총 노동상담소 소장, 한국노총 부천지부 의장을 세 차례(10~12대) 지냈다. 학비를 지원받기 위해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선반정밀가공기능사 자격증을 따 놓았기 때문에 '위장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부천지부 기획차장 시절 "어용 소리를 듣는 한국노총을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하다 처음으로 간부수련회와 간부교육·노동문화제·연합체육대회를 기획했다. 89년 한국노총에서는 처음으로 지역단위 연합간부수련대회를 개최했다. 그는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지역 특성상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부천지역에서 취약한 중소·영세사업주를 적대시하는 노조운동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부천지부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합원 직선제로 의장을 선출했다. 부천세금비리대책위원회·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북한동포돕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98년 전국 최초로 지역노사정위원회를 설립한 것도 부천지부다.

부천지역 노사정 관계를 잘 풀어 나간 것이 계기가 돼 2005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에 임명됐다. 김 후보가 청와대에 들어간 후 노사정위원회 정상화, 비정규직관련법 합의, 새만금 방조제 사업,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문제, 부안 방사선 폐기장 문제 등 얽히고설킨 난제들이 해결됐다. 그는 "국책사업과 관련한 대형 갈등을 조정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며 "부안 폐기장 문제는 100% 주민투표 방식으로, 새만금 사업은 친환경적 활용계획으로 시민단체의 양보를 얻어 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 밖에도 재단법인 부천근로자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사단법인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를 지냈다. 현재 노무현재단 기획위원과 부천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내일능력개발원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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