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법률원 대전충청지부

매년 3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라 그런지 꼭 새해 1월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첫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나는 더더욱 그렇다.

동네 재래시장 어귀에서 분식집을 하는 엄마가 있다. 가끔씩 들러 떡볶이도 사먹고 닭꼬치도 먹으며 수다 떠는 사이가 됐다. 그녀의 둘째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은 학교에 입학을 했다. 남편이 철도노동자라 한다. 그녀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야간근무만 한다고 한다. 아내가 낮에 분식집에 나와 일하는 동안 남편은 밤에 못 잔 잠도 자고 낮에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본다고 한다.

내가 “입학식날은 누가 오세요?”라고 묻자, 그녀는 “글쎄요. 그날 근처 대학교 입학식도 있어서 장사 준비해야 하는데…. 애들 아빠가 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입학식날 가 보니 엄마와 아빠 모두 학부모로 자리하고 있었다. 밤새 야간근무를 마친 아빠도 흐뭇하게 둘째 자녀의 입학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하는 엄마인 나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학교로 보내고 서둘러 나의 ‘일터’로 나왔다. 그날은 현장 방문상담이 잡혀 있었다. 산별노조의 지부에서 상근하는 한 동지가 우스갯소리로 "동물원으로 드라이브나 가자"고 한다.

비윤리성의 상징이 돼 버린 동물원에 철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철창 속에 갇힌 동물들을 보는 것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을 텐데…. 그래도 일을 핑계 삼아 동물원 가는 길을 즐겨 보자며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가로수길을 달렸다. 봄기운이 느껴졌다.

대전시 외곽 산성동이란 곳에 동물원이 있다. 동물원에서 산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작은 공장이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공장에서 숙식을 하는 중국인 이주노동자도 있다.

그들은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 모른다. 연차휴가를 썼다고 임금에서 공제를 했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당장 징계를 운운한다. 중국인 이주노동자는 한국 사람만 하지 말고 체불임금 진정에 자기 이름도 꼭 넣어 달라고 부탁한다. 한 조합원이 “동물원만 알았지 이런 데는 처음 와 보시죠?” 한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지나서 갔는데, 다음에는 꼭 점심시간에 와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

우리에겐 일상이 있고, 고단한 노동이 있고, 꿈이 있다. 우리사회에서 노동자들이 갖는 소박한 꿈이 그리도 욕심인가. 3월, 우리의 꿈을 위하여, 평등한 사회·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나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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