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오후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일보 파업 대부흥회에서 목사 가운을 입고 참석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발언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온통 언론의 관심이 방송 3사 파업에 집중된 사이에 8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이 있다. 언론노조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지부장 조상운) 소속 108명의 조합원들이다. 지부는 조민제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23일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13일 현재 82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일보 노동자들은 지난 12일 저녁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국일일보 파업 대부흥회'를 개최했다.

이날 부흥회는 탁현민씨가 기획·연출·사회를 맡았다. '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김용민 시사평론가를 비롯해 공지영 작가·이진오 목사·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고재열 시사인 기자 등이 초대됐다. 공지영 작가는 "소설 '도가니'를 쓰면서 그랬지만 한국 1%들의 횡포를 다룰 때 종교를 빼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기자들 사이에 '날개 없는 천사'로 불린다는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파업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88년에 창간한 신문입니다. 2006년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를 한국사회에 내려놓겠다고 해서 공익재단(국민문화재단)을 설립했어요. 국민일보는 재단 소유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조민제 사장은 전횡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전 정부에 비해 비판이 무뎌졌고 한국교회 문제를 너무 편향적으로 보도하게 됐습니다."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기사 제목이 '자살'로 표현된 사례를 언급하며 "기자들의 판단과 생각·취재를 종합해 신문을 만드는 것인데 편집권이 침해되니까 파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에게 불신임을 당한 편집국장에 대해 회사는 인사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해 10월 조상운 지부장을 해고했다.

"편집권 침해에 기자들 들고 일어나"

이진오 목사는 "국민일보가 승리하려면 여의도 순복음교회 신자 각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일보가 여의도 순복음교회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노조의 파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을의 입장에서 갑의 파업을 찬양·동조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다"면서도 "대한민국에 언론사의 파업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언론노동자들도 이제 파업하는 노동자 심정을 알겠죠. 파업 보도가 최소한 중립적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상운 지부장은 성대모사와 입담을 자랑했다. 조 지부장은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측이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지부장은 임기 1년인 지부장에 6년 연속 선출돼 5년3개월째 지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외국국적의 법인 사장은 언론사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1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사람이 그 대표자로 돼 있는 법인 또는 단체'는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최근까지 회사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국민일보측에 공문을 보내 "대표이사가 미합중국인인 것은 신문법 13조 위반"이라며 "위법사항에 대해 조속히 시정조치를 하라"고 촉구했다. 부흥회 마지막 순서에는 조 지부장과 5년차 박유리 기자가 무대에 올랐다.

미국국적 사장, 13일 회장으로 승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조 지부장은 "국민일보 사태가 터진 이후 뜻하지 않게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님·목사님들을 만나면서 식사할 때 기도도 따라해 보고 성경 말씀하시는 것을 기억했다가 써 먹기도 한다"며 "어느새 하나님의 은혜에 젖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일보가 바로 서고 한국교회가 바로 서는 그때 저도 새 신자가 되어 여러분처럼 성경 말씀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보내 달라"고 덧붙였다.

"파업 첫날 한 선배는 '사장은 단단한 철벽이다. 기자와 노조원 108명은 던져지는 날계란'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깨져서라도 사유화를 막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선배는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길 것 같아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우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싸운다고 답했습니다."(박유리 기자)

시민 김아무개(29)씨는 "유쾌한 프로그램 순서 와중에 파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며 "부흥회라 그런지 은혜받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문화재단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조 사장을 국민일보 회장으로 선임했다. 지부는 "이사회 결정은 신문법 위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조용기 목사 일가가 국민일보 세습 야욕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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