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희덕 의원실


의정부(을)의 중심이라 할 경기도 북부지청은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다. 관공서가 높은 곳에서 도심지를 바라보는 형국이다. 마침 위에 앉아 내려다보니 플래카드가 양쪽 빌딩 곳곳에 펄럭인다. 유력 사학재벌 2세들이 매번 의석을 놓고 경합했던 지역인지라 이들의 현수막은 눈에 훤히 들어오는 빌딩에 걸려 있다. 재력은 그런 곳에서도 재주를 부린다.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의 현수막은 중심에서 살짝 비껴나 있다. 그래도 제법 높은 곳에서 펄럭이며 시선을 끈다. 전화로 주차장을 찾는 기자에게 보좌진은 “수백대 가져와도 주차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국회의원 프리미엄인가.’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현수막이 나부끼는 건물은 주차빌딩이었다. 덕분에 8층 선거사무실까지 차를 타고 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선거사무실은 차가 들어갈 기둥과 기둥을 비닐로 감싸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천막당사에서 명맥을 유지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으나 이건 천막은커녕 비닐하우스였다. 빛 잘 드는 창가에 만들어 다행이랄까. 추운 겨울을 난로와 컴퓨터 온기로 버텼으리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최근 의정부에 꾸려진 선거사무실에서 홍희덕 의원을 만났다. 마침 민주통합당이 홍 의원의 지역구를 무공천지역으로 확정하면서 사실상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된 상태였다. 홍 의원은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종 민주통합당 의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야권연대 성공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의정부을 지역을 야권연대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굳이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통합진보당 후보인 홍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강 의원은 교비횡령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애초부터 공천 부적격 인사였다. 야권연대를 주창한 것은 정치적인 셈법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의도를 떠나 홍 의원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홍 의원은 “아무리 현역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중앙에서만 활동하다 보니 아무래도 지역에서 얼굴을 알리기가 쉽지 않았고, 지역주민과 밀착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구에서 재선한 경험이 있는 현역의원과 경쟁했더라면 결과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홍 의원이 “민주당의 현역의원인 강성종 의원의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의미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당시 야권연대 협상도 결렬됐던 때여서 어려웠는데, 말했던 대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거죠. 반드시 당선될 겁니다. 지역에 진보정치의 발판을 마련해야죠. 18대 국회에서 어려운 과정 속에 비례 2번으로 선택해 준 당과 당원들에게 반드시 지역구 돌파로 보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최선을 다해서 당선으로 보답할 생각입니다.”

 

▲ 홍희덕 의원실


의정부을은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2000년에는 문희상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나와 당선됐고, 2004년과 2008년에는 강성종 민주당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를 큰 표차로 이겼다. 게다가 홍 의원은 야권단일후보다. 당선은 따 놓은 당상 아닐까. 이에 대해 그는 “만만치 않다”고 했다.

“상대 후보가 지역적인 인지도가 높은 데다, 새누리당의 고정적인 지지세력이 있어요. 아무래도 접경지역에 가깝다 보니 보수층이 두텁습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를 대하는 유권자의 느낌이 다를 수 있어요. 아직은 진보정당을 터부시하는 정서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신선한 상대가 아니고 거론되는 유력한 새누리당 후보자는 비리와 부적절한 행동으로 공천을 받을 수 없는데도 친박(친박근혜)계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아 당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라며 “해 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아파트 단지부터 경로당, 저녁 술자리까지 열심히 돌고 있습니다. 지지자를 사로잡지는 못해도 홍희덕이 이런 사람이라는것 정도는 알렸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력을 보고 호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MB 심판 명함을 보고는 스스로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는 분도 있죠. 그렇지만 민생파탄을 호소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특히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돼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야권연대에 관심이 많습니다. 야권이 하나가 돼 새누리당을 이겨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의 관심은 아이들에게 꽂혀 있었다. 의정부는 서울의 베드타운이다. 맞벌이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다. 그는 보육문제 해결과 가족이 걱정없이 함께 뛰어놀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해법은 이렇다.

“미군부대 5곳이 반환될 예정입니다. 현재 정화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지난해 5곳을 모두 둘러봤는데, 청석면이 발견됐어요. 노동부에서 관리·감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잘 이행되는지 계속 살펴야죠. 정화를 깨끗하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의정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설활용 방안을 결정해야 합니다. 시에서는 안보테마관광단지를 만든다고 얘기되는 모양인데,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론을 들어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고민 중인데요.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들이 함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국공립보육원과 어린이집을 시급히 확충해야 합니다. 의정부가 베드타운이다 보니 아이들을 장시간 맡기고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걱정을 덜어 줘야죠. 아이들 돌보는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보장되는, 그래서 아이 맡기기 좋은 시설을 만들 생각입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야죠.”

홍 의원은 4년 의정활동을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보냈다. 그가 활동하는 동안 노동계가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는 정리해고로 몸살을 앓았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4대강 사업도 강행됐다. 홍 의원은 이런 일들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의 노동기본권 말살과 인권유린이 벌어졌다”며 “노동탄압에 저항하고 투쟁했던 노동자들과 함께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정치를 한다면 환노위가 아니더라도 탐욕에 찬 자본에 의해 일어나는 환경파괴와 노동탄압을 기력이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국회에 노동자가 더 많이 진출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동안 영어 못한다고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데 크게 불편 겪지 않았어요. 회계학·통계학·법률 모른다고 일을 못하지는 않아요. 어떤 마음을 갖고 어디에 집중하느냐, 얼마나 사심 없이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겁니다. 그런데 국회에 노동자가 거의 없어요. 아니 한 줌밖에 안 되는 율사는 그렇게 많은데 말이죠. 서민이 힘을 발휘하려면 서민의 삶을 경험한 현장 출신자들이 국회로 나가야 합니다. 노조만 민주적으로 잘 관리해 온 위원장이라면 잘할 수 있습니다. 재래시장을 잘 운영해 온 시장상인들도 국회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알고 대변하죠.”

당 운영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홍 의원은 “지금의 통합진보당이 노동 중심성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지분을 많이 가진 쪽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조법 개정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손배가압류 규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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