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3년 전 8월은 참혹스러웠습니다. 쌍용자동차 투쟁이 국가 권력에 무차별적으로 짓밟혔죠. 올해 8월은 반격입니다. 민주노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줄 겁니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올해,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첫 테이프는 언론이 끊었다. MBC·KBS·YTN 등 방송 3사 공동파업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영훈(44·사진) 위원장은 “8월 민주노총 정치총파업은 비관적이지 않다”며 “뻥파업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철도노동자로 노동운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20년을 맞이했다. 그는 “철도야말로 계급의 모순과 민족의 모순이 중첩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철도노조는 가장 오랜 노조의 역사를 갖고 있었지만 삼중 간선제로 인해 이른바 어용노조였다. 분단의 상징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휴전선을 넘어 달리는 통일열차의 기관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디가 ‘꿈꾸는 기관사’다.

"올해는 중요한 한 해입니다. 정말 잘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매일노동뉴스> 조사 결과 '올해의 인물' 1위(2010년)에서 9위(2011년)로 급전직하했잖아요. 와신상담하고 있습니다.(웃음)"

김 위원장은 “임기 1년 반 동안 겨우 낙제점을 면했다고 본다”며 “8월 총파업은 80점, 대선 때는 100점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8월 총파업 낙관적으로 전망”

- 민주노총이 8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8월까지의 투쟁이 어떻게 전개되나.

"총선 전까지는 노동을 주요 의제화하는 이슈파이팅과 함께 실질적 투쟁이 병행된다. 주요 의제는 노동기본권과 사회공공성이다. 노동기본권은 쌍용차 투쟁에서 보여 주듯 정리해고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고, 정리해고로 쫓겨난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사회공공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언론 공공성 회복과 KTX 민영화로 대변되는 민영화 저지 투쟁 두 축으로 간다. 6월에는 금속노조를 필두로 가맹 연맹들이 집중적으로 임단투에 들어간다. 올해는 법·제도 개선에 맞춘 요구를 많이 할 것이다. 8월 총력투쟁을 예정한 이유는 6월 국회가 개원국회인 만큼 실질적인 논의는 8월 임시국회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한 번에 10개의 핵심 법안을 100일 안에 입법한다는 '1-10-100'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왜 100일인가.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과반을 잡았지만 미적거리면서 이것도 저것도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제헌의회 소집을 요구하듯이 8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다. 8월 임시국회를 과거 제헌의회처럼 경제민주화·평등사회라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번째 국회로 규정할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은 무엇인가. 노동이 존중받고 민중 복지를 확대하는 사회다. 그 전제는 10개 개혁입법이 관철되는 것이다.”

-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낙관적으로 본다. 여소야대는 명약관화한 것 아닌가. 문제는 어떤 여소야대가 될 것이냐다. 진보정당이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개혁적인 야당과 합쳤을 때 안정적인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이 제1 야당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총선 후 입장이 바뀐다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보수진영과 현 정부의 강력한 저항이 있을 것이다. 10개 법안의 핵심은 이명박 정권 들어 날치기 통과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

“8월 임시국회는 경제민주화 여는 제헌국회”

- 10개의 개혁입법 중 노동계 입장에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당면과제다. 노조조직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90%의 유목민 노동자들이 의지할 곳 없이 모든 문제를 개인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노총에 실망해서 조합원들이 탈퇴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유로운 노조가입을 제도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는 사실상 노조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15만명의 공무원노조는 법외노조로 방치돼 있다. 200만명에 이르는 특수고용노동자는 단결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정부가 바뀐다고 한번에 사회체제가 바뀌지는 않는다. 사회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것을 끌고 나갈 힘은 깨어 있는 시민에게서 나온다. 깨어 있는 시민은 조직된 노동자다.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통해 조직률을 높이는 것은 사회를 진보시키는 중요한 문제다.”

- 민주노총의 재정난이 심각하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우리가 너무 이념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 국가재정 활용에 반대하는 동지들은 노조의 자주성 훼손과 비리를 우려한다. 이는 민주노총의 자정능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10원도 받을 생각 없다. 문제는 지방정부다. 노동자와 함께 도정을 운영하니까 뭔가 달라진다는 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재정의 우선순위를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에 두고, 보호자 없는 병원에 투입해야 한다. 지금도 민주노총이 정부로부터 받는 건물보조금은 조직된 조합원을 위해 쓰인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쓰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2일 총선방침을 논의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김 위원장은 임시대대 소집 요구에 대해 "미처리됐던 안건을 다시 처리하자고 요구한 것은 대의기구로서 지극히 정당하고 고유한 권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1월 정기대대가 성원 부족으로 유회돼 총선방침을 정하지 못하자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총선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 쟁점은 정당비례 투표”라며 “정당비례 투표는 투표 당일 지침을 내리면 되기 때문에 일부 방침이 변경되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진=정기훈 기자

“임기 내 특정정당 배타적 지지 없다”

- 총선방침을 두고 최근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는데.

“쟁점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근본적인 논란은 이념·사상적 차이에서 시작된다. 이런 것은 어떻게 좁힐 수가 없다. 둘째는 용어의 개념을 둘러싸고 서로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혼돈해서 사용한 데서 비롯된다. 예컨데 배타적 지지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이냐. 각자 생각하는 대로 논란을 벌인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가 배타적 지지인가. 전혀 무관하다. 내셔널센터가 정당에 대해 배타적 지지를 할 때는 몇 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영국노총과 영국노동당은 블록투표와 당연직·할당을 같이한다. 현재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 사이에는 공식적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한 지역구에서도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두 후보가 양립하면 지지하지 않는다. 비례투표도 열어 두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현실적으로 채택할 전략이 아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양당 공동선대위원장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서울시의회 의원선거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표가 나뉘어 양쪽 다 선출되지 못하기도 했다. 이제는 전술적으로 한 당으로 (표를) 몰 수밖에 없다. 집중투표 정당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정이 안 나서 조합원들에게 직접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응답률이 낮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사전에 홍보를 충분히 했으면 응답률이 30%까지 올라갔을 것이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민주노총은 총선 이후 정치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어떤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총선 이후 논의는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될 것이다. 기존 정당의 노동중심성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통합운동을 벌여 나가자는 주장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자는 논의가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전자가 맞다고 본다. 기존 정당들의 노동중심성을 강화하고 남아 있는 진보정당들과 통합운동에 나서는 것이다. 어느 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존 진보정당의 노동중심성을 강화하고 갈라진 진보정당을 어떻게 통합시킬 것이냐가 정치방침이 돼야 한다. 배타적 지지는 지나간 실험이다. 임기 내 특정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정치방침을 정할 생각은 없다. 기존 진보정당을 강화하고 재통합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어떻게 힘을 키울 것인가를 놓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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