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백석고 대강당은 작은 인종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이날 이곳에서 열린 행사 이름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씨름대회’. 고양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이 지역 관계기관의 공동주최로 열린 행사다.

벽안의 청년에서 검은 피부의 10대 소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김새와 피부색깔을 가진 3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행사 내내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시범차 나온 한국 프로씨름선수들의 기술에는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또한 같은 나라 출신의 동료들과 삼삼오오 관중석에 몰려 앉은 이들은 자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할 때마다 자국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에서 일하지만 어려운 여건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 전혀 알 기회가 없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이 지역에서 ‘일산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를 운영하는 대한성공회 김은규(41) 신부의 말이다. 김 신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약 24만명. 그 중 고양시 주변에만도 20여개 나라에서 온 700여명의 외국인이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넘었다는 후세인(가명·25·파키스탄)씨는 “불법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쉬는 날에도 외출을 삼가고 주로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지낸다”며 “오늘 행사로 공장 밖의 한국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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