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변호사
(법무법인 자연수)

대상판례/서울행정법원 2012. 2. 9. 선고 2011구합20932 판결

Ⅰ. 문제의 제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16일 ‘2010년 노동조합 조직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9.8%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조사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2000년대 들어 10~12%를 유지하던 노조조직률이 결국 한 자릿수로 내려앉게 됐다. 노조 수도 4천420개소로 2010년 대비 269개소가 줄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도 58만64명으로 2010년보다 8천330명이 줄었다. 이를 OECD 국가의 노조조직률(2008년 기준)과 비교하면 프랑스와 터키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것이다.

한 자릿수로 떨어진 노조조직률 이외에 청년실업 또한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2011년 10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6.7%로 전체 실업률(2.9%)의 2배에 이른다. 공식 청년실업자 수(27만6천명)에 취업준비생(55만9천명), 별다른 취업활동 없이 그냥 쉬고 있는 청년층(28만5천명)을 포함하면 사실상 청년실업률은 28%(112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계속 낮아지는 노조조직률, 계속 높아지는 청년실업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하에서 고용노동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청년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무려 세 차례나 반려했다. 이에 반발한 청년유니온은 구직자 청년 1인과 직장인 청년 1인을 조합원으로 해 ‘청년유니온1’부터 ‘청년유니온27’까지 노동조합을 조직해 서울특별시장(당시 오세훈 시장) 및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설립신고를 했다. 그러나 각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설립신고도 모두 반려됐다.

특히 고용노동부와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한 이유는 이렇다. ‘청년유니온’ 및 위 청년유니온들(청년유니온1부터 청년유니온27까지)이 구직 중인 자나 실업 중인 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해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장의 자의적 해석은 노조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조설립 자유의 원칙 ’을 형해화하고, 과도하게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청년유니온14(위원장 김형근)’는 서울특별시장의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 2011구합20932호(제13행정부, 박정화 부장판사)로 제기했고, 올해 2월9일 법원은 ‘청년유니온14’의 손을 들어 줬다.

여기에서는 위 판결(서울행정법원 2012. 2. 9. 선고 2011구합20932호 판결)이 판시한 부분과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까지 개략적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Ⅱ. 이 사건 판결의 검토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한 ‘청년유니온14’의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2012. 2. 9. 선고 2011구합20932 판결)은 ‘행정청의 반려권한 부존재 여부’에 관해 “노조법 제10조 제1항, 노조법 제12조 제1항에 의하면 이른바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노조법 제12조 제3항은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조 제4호 각 목에 해당될 때 신고증을 교부하지 않고 그 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청년유니온14’의 이 사건 설립신고가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본문에 해당한다고 보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서울특별시장이 이 사건 설립신고를 심사하여 반려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행정관청의 처분사유 부존재 사유’에 관해 위 대법원 판결을 들면서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소정의 ‘근로자가 아닌 자’란 근로의 의사 또는 능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자영업자ㆍ자영농민ㆍ학생 등)을 말한다고 할 것이고, 지역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청년유니온14’의 조합원 2명 중 1명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가 아닌 구직 중인 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구직 중인 ‘청년유니온14’의 조합원을 근로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ㆍ자영농민ㆍ학생 등과 마찬가지로 보아 노동조합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장관을 대상으로 한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0. 11. 18. 선고 2010구합28694 판결)은 ‘조직대상의 적정 여부’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청년유니온과 같은 초기업적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을 받아 생활할 의사나 능력이 있다면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단결권의 주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장차 취업할 회사 등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하여 채용 그 자체 내지 채용조건 등을 주된 교섭사항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으므로 설립신고 당시 사용자 내지 사용자단체가 특정되지 아니한다거나 사용자의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만으로 단체교섭권 내지 단체행동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이상 이러한 사람들이 노동조합의 주요 부분을 점하고 노동조합의 운영·활동을 주도한다고 하여 노조법 제2조 제4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조직하는 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심사범위 위반 여부’에 관해 “행정관청은 노조법 제1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설립신고서 기재사항 중 허위사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등으로 그 진위 여부를 가려내야 할 실질적인 심사권한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조직대상을 이유로 삼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설립신고반려는 위법하나 허위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위한 보완요구는 정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려처분은 적법하다면서 ‘청년유니온’ 패소판결을 했었다.

위 두 판결은 모두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구직 중인 자나 실업 중인 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규약과 신고서만으로 운영돼야 하는 노동조합 신고제도에 대해 행정청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심사권한을 축소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보장해 줬다는 점에서 아쉬운 감이 있다.

Ⅲ. 남아 있는 문제점

비록 ‘청년유니온’은 여전히 법외 노조로 남아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14’는 이번에 서울행정법원에서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아 비록 지역별 노동조합이기는 하지만 법내노조가 될 수 있다.(서울특별시장이 항소를 하지 않는다면, 위 판결은 확정될 것이다) ‘청년유니온14’가 명칭을 변경하거나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청년유니온14’와 ‘청년유니온’이 협의할 일에 불과하고 ‘청년유니온14’가 법내 노조가 된다면, 헌법 및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으로서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유니온14’가 구직 중인 자나 실업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경우 단체교섭의 대상이 누가 될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실업자의 경우에는 주로 전에 일했던 회사 등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이나 퇴직금·부당해고 등을 교섭사항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직 중인 자의 경우에는 서울행정법원이 2010년 11월18일 선고한 2010구합28694호 판결에서 밝힌 것처럼 장차 취업할 회사 등을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해 채용 그 자체 내지 채용조건 등을 주된 교섭사항으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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