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1. 이석행 부위원장이 입당했다. 내겐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이었던 그가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5일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당대표실에서 입당식을 했다. 이날 입당식에는 전 기아차·현대차·한진중공업·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위원장들도 함께 했다. 이석행은 입당식에서 “저 혼자 만 입당한 것이 아니라 1천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입당서를 가져왔고, 1만5천명의 저에 대한 지지서명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손잡을 잡고서 한명숙 대표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2. 뭐 별난 일이겠는가.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의 길에 나서겠다는 게 특별한 일이겠는가. 이석행은 “민주통합당 안에서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되지도 않는 거리의 정치가 아니라 권력의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곳으로 민주통합당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는 이석행의 판단이 어디서 잘못이란 말인가. 오히려 이석행의 입당에 대해 자신의 야심을 위해 노동자를 배신한 행위라는 비난이 잘못된 거 아닐까.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서 실현할 수 있는 정당에 들어가서 하겠다는 게 무슨 잘못이라고 이렇게 시끄럽게 비난이란 말인가. 새누리당도 아닌, 한국노총도 참여한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것이 무슨 비난받을 일이란 것인가. 친자본의 인사 대신에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가 돼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 나라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위해 더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렇다면 그건 이석행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오히려 지지하고 박수를 쳐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니 이석행의 민주통합당 입당이 별난 일이겠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을 가겠다는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의 행보를 저녁 TV뉴스를 통해서 이따금 지켜보면 될 일이지. 아니라는 것인가.

3. 이렇게 내가 말했는데도 노동운동을 하는 당신이, 노동자인 당신이 이석행의 민주통합당 입당을 비난해댄다면 나는 당신에게 말하겠다. 당신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면 안 되고 당신의 당이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좋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비율 감축, 최저임금 현실화, 원도급 사업자 책임 강화, 경영참가법 제정, 노동시간 단축,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 정리해고 요건 강화, 국제노동기준 준수와 노동관계법 개정,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폐지 등 민주통합당의 노동정책과 당신의 당의 정책이 무엇이 다른지를. 그건 당신의 당이어야만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혀야 한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당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민주노총이 만든 당이고, 진정으로 진보의 당이기 때문에 이석행의 민주통합당 입당을 비난하는 것이라면 노동자의 이름으로 이석행을 비난해선 안 된다. 그 당신의 당, 진보의 당조차도 이 나라 노동자 앞에서는 노동자를 위해서만 올바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석행이 노동자를 위해서 비정규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기 위해서 입당한 것이고, 민주통합당에서 그 일을 하는 한 당신은 이석행을 비난할 수 없다. 혹 당신은 물을지 모르겠다. 당신의 당은 노동자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만든 당이니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같아도 이석행의 길과 당신의 길은 다른 것 아니겠냐고. 그러나 정당은 자신의 정책 실현을 위해서 권력을 잡겠다고 하는 자들이 모인 결사체다. 그런데 그 정책이 같다면, 그래서 그 차이가 사라진다면 권력을 잡겠다는 의지로 결집돼 있는 사람들만 다를 뿐이다. 현대의 정당이 다른 정당과의 정책의 차이가 사라진다면 각종 인간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 비용이 많이 드는 동아리에 불과하다. 한때 노조 활동을 같이 하고 노동자로서 또는 노동자를 위해서 활동했다고 해서, 그리고 노동자와 노조의 후원을 받으며 모여 있다 해도 그건 정치동아리에 불과하다. 거기서는 통합진보당·진보신당이면 배신이 아니고 민주통합당이면 배신이라는 당신의 비난은 힘을 잃고 만다. 더구나 통합진보당은 더 이상 민주노총의 당, 민주노동당이 아니다. 이석행은 입당식에서 “어차피 민주노동당이 없어진 마당에 더 큰 곳에서 국민들 속에 들어가 깊이 있게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같이 뜻을 모았다”며 “민주당 안에서 역할과 임무가 부여되면 과거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했던 열정으로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니 나는 물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석행을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

4. 이석행은 이석행의 길을 갔다. 노동자를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주통합당 입당이 그의 길이라고 해서 갔다. 그와 함께 민주노총의 전·현직 노조간부와 조합원들도 그를 지지하며 입당했다. 이석행 위원장의 입당식을 두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씁쓸하다”고 하고, 민주노총은 개인적인 정치적 판단일 뿐이라고 논평했다. 그렇다. 분명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온 민주노총으로서는 전 위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한 건 씁쓸해 할 일이고, 그러니 개인적인 정치적 판단이라고 논평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석행의 민주통합당의 입당은 이석행의 개인적인 정치적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될 수가 없다. 이석행의 길이 무엇이 문제냐고 이렇게 필자가 묻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미 이 나라 노동운동의 일부는 민주통합당을 노동정책을 실현해줄 정당으로 연대하고 있다. 그러니 이석행의 길은 단순히 이석행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길이 아니다. 입당식 전에 이미 이석행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서 입당 문제를 상의했고, 이날 이석행 혼자만 입당한 것도 아니다. 이건 분명히 민주통합당의 길이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하나의 길이라고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를 위해서 권력을 잡겠다고 진보의 당, 민주의 당으로 그리고 통합과 연대로 총선과 대선을 향한 길로 달려가고 있다. 바로 그 길에 민주통합당이 있고 이석행의 길이 있다. 한국노총이 구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서 민주통합당에 참여한 것은 이 나라 노동운동의 길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고 이석행은 그 길로 간 것이다. 그러니 이석행의 길은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새로운 길이 아니다. 그건 이미 수십년 동안 지속돼온 이 나라 노동운동의 길이고 특별히 새로운 길이 아니다. 집권당이나 집권가능성이 높은 야당에 입당해서 국회의원을 하고 장관을 하는 위원장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오히려 문제는 그 길이 새삼스럽다며 놀라고 비난하고 마는 우리들이다.

5. 지금 이석행의 길은 민주통합당의 길이다. 민주통합당이면 안 되고 통합진보당·진보신당 그리고 또 무슨 노동자의 당이면 된다는 것이 있어야 이석행을 올바로 비판할 수 있다. 앞에서 봤던 것처럼 지금 이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기껏해야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노조활동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느냐 하는 정도다. 진보와 민주로 세상을 나누고 노동자에게 인민에게 ‘지지하라. 표를 달라’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세상에서 말해지는 진보가 뭐 별거인가. 지금 정권의 정책실패를 비난하면서 극복하겠다고 인민을 위한다는 복지니 뭐니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통합당도 그건 말할 수 있는 것이고 다만 집권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 실현가능성은 따져보고 표를 고려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동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런 진보로는 민주통합당의 길은 배신이라고 이석행을 비판할 수 없다. 오히려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당을 지지하느니 단 하나라도 제대로 입법해서 실현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하는 응답만 되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세상에서 말해지는 민주가 뭐 별거인가. 지금 정권의 소통실패를 비난하면서 그걸 극복하겠다고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통합당은 그것에 대해 당연히 할 말이 많은 것이고 그 실현가능성과 표를 고려해서 발표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민주로는 민주통합당의 길은 배신이라고 이석행을 비판할 수가 없다. 오히려 다수당이 돼서 집권당이 돼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그래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소통도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민주통합당을 지지해달라고 하는 응답만 되돌아오고 말 것이다. 지금 이 나라 노동운동이 민주통합당의 길을 비판할 수 없다면 이석행의 길을 비판할 수 없다. 그건 이 나라 노동운동이 말해온 진보와 민주가 민주통합당의 그것과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동운동이 외치는 진보와 민주의 정책이 단순히 그 실현가능성으로만 민주통합당과 차이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 나라 노동운동의 길이 민주통합당의 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지금 이석행은 이 나라 노동운동에 묻고 있다. 공고를 나와서 현장노동자로 노조 위원장과 전노협 사무차장, 그리고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을 거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약 30년을 이 나라에서 자주·민주의 노동운동을 해온 노동운동가 이석행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길이 노동운동의 길과 어떻게 다른 것이냐고. 이 나라 노동운동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민주통합당의 길을 넘을 수 있을 때 이석행 입당사태를 극복하고서 노동의 길로 전진할 수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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