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준 민주통합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

“한국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79.5%)이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 전반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국노총이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조직운영의 방향을 잡는다고 하면, 한국노총이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고 봅니다.”

조성준(64·사진) 민주통합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을 둘러싼 조직 안팎의 파열음과 여기서 비롯된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의 불발을 어떻게 지켜봤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는 “한국노총이 결국은 굳게 단합해 국민의 뜻에 따라 역사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한국노총 간부로 12년간 일한 뒤 정계에 진출해 15대·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그가 올해는 민주통합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전국노동위원회를 ‘노동자 정치의 광장’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조 위원장을 만났다.

"전국노동위원회, 살아 있는 노동정치의 학교로"

- 국회 진출이 아닌 민주통합당 전국노동위원장직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옛 민주당 안에는 중도를 중심으로 좌우 양 날개가 있었다. 그런데 진보 쪽이 약했다. 평소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또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정치적 발전을 이뤄 언젠가는 수권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발전하기를 고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안철수와 박원순이 등장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민주당은 물론 옛 한나라당까지 복지논쟁으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그건 노동이 빠진 복지논쟁이었다. 우리 사회 노동의 문제는 노동자가 목숨을 끊고 수백 일을 고공농성을 벌일 정도로 참담하다. 그런데 정치권은 노동의 문제를 애써 외면했다. 본말이 전도된 복지논쟁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민주통합당의 창당 주체로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과거 12년간 몸담고 일한 한국노총의 정치실험에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어떤 전국노동위원회를 구상하고 있나.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적 요구로 귀결되는 ‘노동자 정치의 광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현장의 지도자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무엇을 개혁하고 어떤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노조 정치지도자를 발굴하고, 지방정치나 중앙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 가는 모든 과정이 전국노동위원회를 통해 추진될 것이다. 폭넓은 정치교육을 위한 정치대학 설립도 검토 중이다.

올해 총·대선도 중요하지만 2년 뒤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생생한 정치교육으로 2년 뒤 상당한 성과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 전국 54개 지역에 설립되는 지역노동위원회는 어떤 기능을 하게 되나.

“지역의 정치지도자와 노조지도자, 그리고 조합원들이 정책당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된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지역사회나 지방정치에 미치는 노동계의 영향력을 높여 나갈 것이다. 어느 지역이나 노조만큼 훈련이 잘된 조직이 없다. 그동안 기업별노조 체제하에서 노조의 사고가 기업의 담장 안에 머물러 왔지만, 잘 훈련된 노조의 정치적 역량이 공장의 벽을 허물고 나와 주거지 활동과 결합할 때 폭발적 힘을 뿜어낼 것이다. 노조의 정치력은 지방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 지역노동위원회가 민주통합당의 표몰이를 위한 동원부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노동계가 총·대선 국면에 적극 참여해 정치적 발언권을 강화하고 영향력을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사회에 대한 조합원들의 비판적 의식을 정치적 역량으로 키워 내고, 총·대선에 적극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살아 있는 정치교육이다. 이것이 가능할 때 민주통합당 내에서 한국노총의 발언권도 강화되는 것이다.”

- 민주통합당에 전국노동위원회를 뒷받침하는 노동국이 신설됐다.

“전국노동위원회는 당 최고위원회 직속기구다. 과거 노동특별위원회 시절 존재 기반 자체가 취약했지만 이번에 대폭 강화됐다. 사무총장 산하가 아닌 최고위원회 산하기구로 격상되고, 전국노동위원회를 뒷받침하는 실국인 노동국이 신설됐다. 결국 전국노동위원회가 하는 일이 노동국의 일이다.

최근 발족한 한국노총 총선기획단이 5일부터 정치방침 설명 현장순회에 들어가는데, 전국노동위원회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조합원 10명 중 8명 'MB 잘못했다' … 한국노총 갈 길 뚜렷"

-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어떻게 지켜봤나.

“정치적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토론을 통해 하나의 의견을 모아 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당의 입장은 역사의 발전방향에 합치되는 올바른 방향이라면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대화와 설득을 통해 화합·단결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79.5%)이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 전반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노총이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조직운영의 방향을 잡는다고 하면, 한국노총이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고 본다.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자면, 예전 한국노총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저러다 분열되고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싶은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훌륭하게 극복하고 단합한 한국노총의 역사가 있다.

노동조합은 분열되는 순간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함께 떨어진다. 결국은 한국노총이 화합·단결할 것으로 믿는다.”

- 한국노총 위원장의 당직겸직 문제가 대의원대회 무산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노총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채필 장관께 한마디 고언을 드리자면, 장관께서는 정치 문제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실업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셔야 할 것 같다. ‘고용’까지 붙여 고용노동부가 된 마당에 과연 정리해고 문제나 비정규직의 참담한 현실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 살피시길 바란다.

노조지도자의 당직겸직 문제는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당직겸직 사례가 예전부터 있어 왔고, 한국노총은 녹색사민당을 창당한 경험도 갖고 있다. 유독 지금 장관께서 직접 나서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을 비판하는 것이 올바른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고위원회라는 회의체에 참석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의 개국공신이다. 하지만 최근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노총에 대한 당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민주통합당은 한국노총의 참여가 없었다면 ‘통합’이라는 말을 쓰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통합할 시간이 짧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12월 창당 과정에 참여하고, 올해 1월15일 전당대회를 치렀다. 이런 속에서 공천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추후 한국노총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4년 '대화의 실종', 사회적 대화기구 새롭게 모색해야"

- 참여정부 때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대화 수준을 평가한다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 정책연대를 했는데, 대선 지나고 나니까 우리는 민원인이더라’는 얘기였다. 이 얼마나 적나라한 표현인가.

이명박 정권 지난 4년은 대화의 실종 그 자체였다. 국내는 물론 남북관계까지 불통의 세월이었다. 사람을 쓰는 것이나, 4대강 사업, 한미 FTA 밀실협상 등 국정 전반에서 대화가 실종됐다.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이런 속에서 사회적 대화의 수준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정치 민주화가 성숙하고 민의가 들꽃처럼 만발하는 시대로 가고 있지만, 제도정치권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올해 총·대선을 통해 우리 사회 99%의 민의를 수렴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기구가 새롭게 모색되고 위상과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또 의제를 설정하고 결론을 도출해 가는 방식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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