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병권)가 사외이사 추천을 위해 소액주주 의결권을 확보하는 동안 사측이 주주명부 열람 요청을 거부하는 등 방해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지부는 “노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외이사 추천 계획이 사측의 치졸한 방해로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가처분’ 결정문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1월16일 지부가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자 이를 거부했다.

당시는 지부가 사외이사 추천을 위해 소액주주인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 의결권 위임작업을 펼치던 때로 주주명부 확보가 절실했던 때였다. KB금융지주는 “주주명부 열람을 허용하면 다른 주주들을 찾아가 1인 시위를 할 우려가 있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부는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8일 “노조가 주주권 행사 외의 목적으로 명부 열람을 요청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주주총회 전 명부 열람을 요청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은행내 게시물과 개별면담 등을 통해 지부에 의결권을 위임한 조합원 3천명의 의사를 철회시켰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노조가 확보한 의결권이 0.3%를 넘자 부행장을 포함한 부서장 대책회의가 열렸다”며 “경영진 차원에서 위임장 철회 절차를 진행하고 조합원 개별면담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개별면담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언급도 나왔다고 지부는 전했다.

지부는 "사측의 방해공작이 본격화하기 전에는 한때 전체 주식의 0.36%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개최 두 달 전까지 의결권이 있는 주식 0.25%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훌쩍 웃돈 것이다. 박병권 위원장은 “결국 사측의 방해로 사외이사 추천 계획이 흐트러졌다”며 “시민단체·금융노조와 함께 소액주주운동본부를 설치해 내년에는 반드시 사외이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명부 열람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사외이사 추천이라는 분명한 쟁점이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거부라기보다는 어느 쪽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인지 법률적으로 판단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위임장 철회 의혹과 관련해 경영진이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이 대외적으로 경영권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라며 "위임장 철회를 위한 면담이나 인사상 협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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