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photo@
시작도 전에 울음, 터졌다. 뒷자리 지켜 선 동료가 꺼억 꺽 먼저 울었다. 바리캉 지났고 머리칼 툭툭,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일병원 오르는 언덕길 인도에 떨어졌다. 눈물 따라 뚝뚝 그 바닥을 적셨다. 딸아이가 말렸다. 군에 간 아들도 걱정했다. 고정화(52)씨 그러나 머리칼이야 자라면 그만이라고 씩씩했다. 세상 등진 남편 대신 가장 노릇을 오래, 두 아이 때문에라도 싸우겠다며 편지에 적었다. 반백의 머리통 붙들고 동생은 하염없이 울었고, 분홍 손수건 내밀어 눈물 닦아 주던 언니가 내내 또 훌쩍였다. "노조가 다 뭐라고…." 주저앉아 땅을 쳤고 쉰소리 꺽꺽 곡을 이었다. 밥 짓느라 십수 년. 비정규직 설움 끝에 노조 가입, 죄를 지었다. 일터에서 잘렸다. 머리칼을 잘랐다. 울음 터졌다. 설움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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