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따르릉.”

“실장님! 병원장이 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서 법원 서류가 집에 날아왔어요.”

2년 전 20여명이 근무하는 작은 병원에서 10년 동안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던 여성노동자 A씨가 노동상담소를 찾아왔다. 퇴직한 간호사 몇 명과 함께 병원을 상대로 노동청에 진정 후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병원장은 A씨에게 “연차휴가가 57개가 발생했는데 월차수당으로 일부 지급했다. 나머지 11개는 올 연말까지 다 사용해라”고 통보했다.

A씨와 상담한 결과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수당·연장근로수당·월차휴가수당·생리휴가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먼저 병원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병원장은 “법적으로 하자”고 했고,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제기 후 병원장은 회사 취업규칙상 정년을 일방적으로 단축시켰다. 또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서명을 요구해 불이익변경 동의절차까지 위반했다. 물론 A씨는 단축된 정년 때문에 해고된 것이다. 해고를 시키면 근로기준법상 각종 보호조항에 걸릴 것을 우려해 병원장이 꼼수를 부린 것이다.

A씨는 진정 결과 일정 부분의 금액을 보상받았다. 하지만 정년으로 인한 퇴직에 분노해 병원장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노동청 2차 진정(마지막 해 연차수당, 퇴직금 차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 부분은 퇴직위로금으로 보상받았고, 마지막 해 연차수당 및 퇴직금 차액도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지급지시에 의해 보상받게 됐다.

한편 A씨는 병원 내 식당노동자의 최저임금 지급 위반 및 전체 노동자의 연차수당지급 위반 등에 대해 노동청에 ‘사업장 근로감독 청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식당노동자의 최저임금 지급과 전체 노동자의 연차수당을 지급하라는 노동청 근로감독 결과에 의거해 병원장은 시정조치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감히 나한테 대들어?”

병원장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본인이 요청했는데 이제 와서 퇴직금을 청구해 지급받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A씨를 고소했다. 무혐의 처분 결정이 나왔다. 왜냐하면 여성노동자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정산처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왔다 갔다 한 A씨는 “착하게 살려고 아무런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는데 해도해도 너무한다. 의사로 살아왔으니 나같은 간호조무사한테 당하는게 자존심이 허락 안 돼서 이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또 흘렀다. 병원장은 이제 자신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민사소송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이었다. A씨가 받았던 연차수당 및 퇴직금 차액은 법률상 원인 없이 받은 부당이득이므로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나도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노동자라고 법적으로 모두 걸어서 항복을 받아 내려고 한다. 맞대응하겠다”며 병원장을 상대로 위로금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무고죄로 고소했다. 허위사실로 무고한 사람을 형사처분받게 하기 위해 사기죄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형법 제156조(무고) 위반이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힘든 결정이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법적분쟁을 겪고 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때문에 소송을 싫어한다. 무고죄 고소사건은 최근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다시 항고를 했고, 민사소송은 3월 중순께 첫 재판이 열린다. 여러분들의 관심 어린 응원을 바란다. 이제 여성노동자 A씨는 외친다. “갈 때까지 가 보자. 노동자가 센지, 네가 센지 붙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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