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법원에서 콜트·콜텍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이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대법원 1호 법정에서 열린 콜트사건의 재판부는 "콜트노동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5년 넘게 복직투쟁을 벌여 온 노동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같은 법정에서 열린 콜텍사건의 재판부는 "콜텍노동자의 해고를 무효로 보기 어렵다"며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오전에 있었던 콜트 판결에 고무돼 감동의 눈물을 흘린 준비를 하고 있었던 콜텍 노동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에 말문을 잃었다.

콜트와 콜텍은 쌍둥이 회사다. 기타 제조업체인 인천 부평의 콜트악기와 자회사인 대전의 콜텍의 사용자는 동일인이다. 지난 2007년 비슷한 시기에 정리해고가 단행됐고, 공장이 중국 등으로 이전해 일터가 사라진 점도 똑같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날 콜텍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우리나라 최고사법기관이라는 대법원이 정리해고 문제에 얼마나 둔감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콜텍 사건을 맡은 대법원 제1부는 판결문에서 “콜텍 본사에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면, 해당 사업부분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불합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피고(콜텍 회사)가 대전공장의 폐쇄를 결정한 것이 피고 전체의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심리한 뒤 최종 판단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판단 자체를 유보한 것이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본사의 경영사정이 멀쩡하더라도, 일부 사업부문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판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리해고의 핵심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의 범위를 무한대로 넓혀 놓은 셈이다.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정리해고 문제는 이미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정리해고 사업장인 쌍용자동차의 경우 21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정리해고에 따른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복직을 위해 5년을 싸워 온 콜텍 노동자들은 이제 끝을 알 수 없는 법정 투쟁을 이어 가거나, 먹고사는 고단함을 해결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사법 정의' 운운하던 법원은 대체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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