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을 보는 진보진영의 시각은 다양하다. 비판하는 진영의 생각은 이렇다. “노동자 정치를 대리하다가 신자유주의 세력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배신했다”(23일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는 말은 거칠지만 자주 제기된다. 내부 비판도 있다. “현재의 통합진보당에 민주노총과 노동자가 설 자리가 없으며 민주통합당 노동정책과 차별성도 보이지 않는다”(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 1월27일 <매일노동뉴스> 사내특강)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직을 수락하고 23일 업무를 시작한 조준호(55·사진) 신임 공동대표도 그랬다. 그는 지난해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통합진보당의 노동자 중심성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주체적으로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말과 함께였다.

그런 그가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가 됐으니 ‘이제 숙제를 시작한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3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에서 그를 만나 물었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자리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그는 답 대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결심해서 건설했습니다. 그러니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을 만들고 키워 나가는 의미가 남달랐죠. 분당이라는 아픔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중심성에 균열이 가기도 했습니다.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진보정당) 통합작업을 했고, 자신감을 갖고 외연을 넓힐 수 있겠다는 기조로 (국민참여당과) 통합했습니다. 우려도 있었고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요. 부인할 것 없이 민주노총이나 노동자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노동자가 모태를 만들었으니, 중심을 만들고 이를 확고히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민주노총의) 절대적 지지가 흔들리는 모습까지 있었습니다. 그런 시점에 당 공동대표로 오게 된 겁니다.”

온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그런 정당을 버리고 새 정당을 만드는 방법은 옳지 않고, 민주노동당에서 발전한 통합진보당을 포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이 이어졌다. 조 공동대표는 “여전히 기층대중이나 노조 지도자들, 대다수 조합원들이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수락 기자회견을 갖기 전에 참석한 민주노총 산별대표자 회의에서 들은 안타까움 반, 기대 반 목소리를 전했다.

노동자 중심성을 회복하는 해답은 소통에서 찾았다. “좀 더 귀를 열고 낮은 자세로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와 산별노조의 요구, 비정규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겠다”며 “서로 마음이 맞으면 빠른 시일 내에 (노동자 중심성을 찾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통의 끈들이 마련되기 시작했다”며 “거기에 힘이 모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당이 노동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메신저 역할을 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이 새 공동대표로 ‘조준호’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고, 그 자신도 현장을 체감하고 있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당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어느 당을 전폭적으로 배타적 지지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 시점입니다. 진보정당이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관철하고 투쟁할 때 전폭적 지지 더 나아가 배타적 지지까지 살아날 수 있다고 봐요. 지금 시점에서는 최선을 다해 노동자의 입장, 서민대중의 입장에서 진보정당이라는 나무를 키워야 합니다. 바라만 보고 문제제기만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 공동대표는 “다리를 놓는 심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에 (당 공동대표로) 참여한다니까 많은 분들이 우려와 아쉬움, 미안함, 격려를 전해 주셨습니다. 우리(노동자)가 힘을 쏟았던 정당이고 우리가 주인인데, 서운하다는 말만 해서야 되겠습니다.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해야죠. 노동자·농민·기층대중이 주인의 실체를 보여 줘야지요. 적극적으로 참여해 관철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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