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현미 기자

"철도·공무원·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해고한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노동자를 국가권력이 나서 해고했습니다. 20여명이 죽는데 나 몰라라 하는 이명박 정부 식 노사관계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이달 7일 임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웅(54·사진)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23일 오전 서울 녹번동 본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서울시의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과 협약을 맺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말했다.

이재웅 본부장은 3파전으로 치러진 지난 선거에서 노명우(52) 수석부본부장·장석주(50) 사무처장과 동반출마해 당선됐다. 이 본부장은 80년부터 89년까지 여성의류 전문업체인 대현에서 소비자 상담직으로 일하다 90년부터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일하던 명동은 '6·29 투쟁의 본거지'였다. 87년 6월 항쟁 직후인 6월29일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는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이는 6·29 선언을 했다. 이 본부장은 "86년부터는 하루도 안 빠지고 명동에서 데모를 했다"며 "당시에는 노조활동 안 하면 바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화학섬유연맹 수도권본부 지도위원을 지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2000년·201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본부와 △비정규 노동복지센터 설립 △해고자 복직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정협의틀 구성을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노동복지센터 설립을 위한 예산 30억원을 배정했다. 센터 1곳당 3억원씩 총 10곳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운영방식을 두고 최근 서울시와 본부가 다소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노동복지센터 공간을 확보한 후 운영을 원하는 구청에 예산을 내려보내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노동복지센터, 비정규직 조직 차원에서 접근해야"



"우리 입장에서는 구로·성동·노원지역 등 6개 지구협의회 관할 내에 센터가 생겨야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그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복지센터를 설립해 봤자 기존 센터들처럼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예산낭비가 될 수 있어요."

당초 서울본부는 노동복지센터에 상근자를 배치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조직화 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가 동대문역사나 시청건물 같은 겉치레 공사에 쏟아부은 '예산낭비 시정'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 시정의 혜택은 서울의 250만 비정규직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이 본부장은 "서울본부만큼 서울의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곳은 없다"며 "본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노동복지센터는 결국 대민사업만 하다 별 성과없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를 완전히 바꾸려면 박원순 시장이 다음에 한 번 더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선을 원한다면 기반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지기반을 마련하려면 고통 받는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한 시정을 펼쳐야 합니다. 집단화되지 않은 노동자는 아무리 어려워도 당 구분 없이 이명박 대통령 같은 사람을 찍습니다. 노동자·서민을 위해 시정을 펼치고 그들이 다시 후원부대가 되는 것을 박원순 시장도 원하지 않을까요."



서울도시철도공사 해고자 복직 합의 성과



센터 1곳당 3억원의 예산이 적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본부장은 "예산의 3분의 1만 인건비로 쓴다고 했을 때 (지구협의회가 운영하는) 센터 6곳에 각각 6명씩 상근자를 배치하면 서울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구마다 1천명씩 조직된다고 해도 2만5천명이 조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억원으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노동자가 조직되면 이후는 조합비로 센터가 자립할 수 있게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지난 설연휴 직전 서울도시철도공사 해고노동자 18명의 복직에 합의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공사는 해고노동자들을 채용절차를 거쳐 다시 채용하고, 해고 전까지의 경력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인천시의 중재로 해고자를 복직시킨 인천지하철 사례가 모델이 됐다.

이 본부장은 임원실 한켠에 공약 사항을 쭉 적어 놨다. 서울지역 연대투쟁을 비롯해 △미조직·비정규 조직화 △노동자 정치세력화 투쟁 △무상의료·무상교육 사회공공성 투쟁 △지구협의회 강화 등이다. 그는 "곽노현 교육감 선거 때는 진보교육감 당선을 위해 별다른 정책협약도 없이 지원했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를 왜 지지할 것이냐 토론을 거쳤고, 구체적 요구가 수용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며 "(권력 교체기를 앞두고) 서울에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