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별을 인정한 첫 판정(결)

우려와 기대 속에서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기간제 및 단시간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는 기간제 등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근로조건 등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소위 ‘차별시정제도’를 뒀다. 그런데 시행 전부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매년, 짧게는 수개월마다 계약갱신을 해야 하는 비정규 노동자가 계약해지의 위험을 감수하고 차별시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때문에 노동조합에게 차별시정 신청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노동조합이 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차별시정제도를 통해 성과상여금 미지급이라는 불합리한 차별에 문제제기를 하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첫 시정명령을 받았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 대상판결은 엄밀한 의미에서 차별시정제도에 관한 판결로 보기 어렵다.(따라서 본고 역시 판례리뷰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이 차별시정과 관련한 여러 쟁점 중에서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성과상여금의 미지급)가 발생한 시점이 법 시행 전이라고 판결해 다른 쟁점들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본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차별적 처우가 법 시행 이 후에 행해졌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기환송 된 고등법원에서는 원심에서 다투지 않았던 쟁점들-비교대상선정의 적정성, 합리적 이유의 존재 등-에 대해 사용자가 다시 주장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동 차별사건의 진행경과 및 판결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이 사건 이후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이 사건의 진행경과 및 판결내용

사건의 내용은 간단하다. 정부의 평가를 통해 각 공공기관은 매년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2007년 7월31일 비정규직에게는 예산편성 등을 이유로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철도공사 일부 비정규 노동자들이 기간제법상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각 지노위에 차별시정신청을 제기했다(지노위 판정 이 후 1천390여명이 집단으로 각 지노위에 차별시정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를 시작으로 차별시정신청을 한 모든 지노위가 차별을 인정하는 판정을 했다. 이에 불복한 철도공사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 역시 합리적인 이유없는 차별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판단은 행정법원까지 유지됐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아주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판단해 재심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 성과상여금은 2006년 1월1일부터 2006년 12월31일까지의 경영실적평가에 따라 지급된 것이므로, 그 세부적인 지급기준의 확정이나 실제 지급이 2007년 7월1일 이후에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 사건 성과상여금의 지급에 대해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이 적용될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08누33923). 그러나 대법원은 ‘구체적인 차별행위가 기간제법의 차별금지 규정이 시행된 이후에 행해진 경우에는, 그와 같은 구체적인 차별행위의 근거가 되는 취업규칙의 작성, 단체협약 내지 근로계약의 체결 또는 근로의 제공 등이 위 차별금지 규정이 시행 전에 이뤄졌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위 차별금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것’이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파기된 환송심에서 철도공사는 원심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쟁점사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업무의 범위·내용 등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과상여금은 기간제법상 ‘임금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고, 비정규직인 신청인들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예산상의 한계 등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므로 재심판정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행정법원에서(서울행정법원 2008구합6622) 판시한 바와 같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혼재돼 업무를 수행하고, 휴가 등 사고발생시 상호 대체해 근로가 이뤄졌기 때문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성과상여금은 법령에 근거해 지급되며 사실상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임금에 해당한다. 성과상여금의 재원과 예산편성상의 항목차이는 내부사정에 불과할 뿐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정규직과 채용․업무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업무수행에 있어 현저한 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다면 철도공사의 주장이 환송심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남은 과제…외주화 확대에 따른 차별해소

환송심 판결 이후 다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약 1천400여명의 당시 철도공사 비정규직들은 2007년 성과상여금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사건 차별시정신청 당시와 비교할 때 대부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현재 철도공사의 기간제 근로자의 수는 대폭 감소했다. 대신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에 따라 철도공사는 인력효율화의 일환으로 정원감축·외주화 등을 강행하고 있다. 공사가 자연감소된 현장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과거 정규직들이 행한 업무를 외주·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예컨대 주간에는 철도공사 정규직이 업무를 수행하고 야간에는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물론 철도공사는 그 업무의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할 것이다)

여기에 또 다시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 기존에는 기간제법 제9조에 따라 차별이 발생했다고 판단될 경우 차별시정신청을 해 비교대상자·합리적 이유의 존부여부에 대해 주장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가 조금 복잡해진다. 기간제법에는 차별시정을 제기할 수 있는 자를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 도급·외주업체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차별시정신청을 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철도공사가 광범위하게 행하고 있는 외주·도급이 적법한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차별시정제도가 시행된 이 후 철도현장에서 주목할 만한 차별사건들이 제기됐던 것은 특별히 철도공사가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유달리 비정규직을 차별해서가 아니었다. 철도노조와 비정규직이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기 때문이다.(이는 노동조합에 차별시정신청권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철도공사 비정규직 절반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조직적인 성과도 이뤘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광범위한 외주화로 인해 철도현장에서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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