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승인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특히 질병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사건에서 그렇다. 노무사들 사이에서도 요즘처럼 산재 사건하기 어려운 때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승인을 받기 위한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 인식은 너무나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재해 현황의 모든 지표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재해율(100명당 재해자의 비율)은 0.65%로 2010년보다 0.04%포인트 감소했고, 재해자수는 9만3천292명으로 전년 대비 5천353명 줄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수는 2천114명으로 86명이, 사망만인율(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은 1.47로 0.08포인트 감소했다고 한다.

노동부 자료에는 이에 대해 해명이 없다. 지표가 줄었으면 그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야 타당한데, 아무런 설명이 없다. 설명이 없는 이유는 설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단과 노동부의 산재 승인기준 자체의 심각한 문제점’을 숨기고 싶기 때문이다. 핵심은 승인기준의 문제로 인해 산재 인정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2010년과 2008년 업무상사고 재해 통계만 따져 보더라도 불승인된 건수가 1천건 정도 늘어났다. 업무상질병에 대한 불승인 건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노동부 보도자료를 보면, 감소한 산재 사망자수 86명 모두 업무상질병 사망자수다. 또한 질병 재해자수는 무려 556명 감소했다. 업무상질병 기준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다.

현장에 가 보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든 없는 사업장이든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을 꺼린다. 산재 신청을 하려면 조·반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권리가 상실됐고, 산재 승인율이나 신청률 자체가 인사고과와 연결되기도 한다.

공상 처리율은 말할 것도 없다.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공상 처리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업의 산재 은폐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왜 노동부는 이런 사실을 다 알면서 조사하지 않는가. 일선 노동청에 공문하나 보내 관할 사업장의 산재·공상처리율 등을 조사하면 다 나오는 사실이다. 사업장 근로감독을 통해 산재은폐 사실을 조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 소송사건을 하다 보면, 회사는 공상 및 산재 등의 통계를 정확히 내고 있음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노동부는 적극적 산재은폐 척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 문제가 크게 터져야 부랴부랴 조사하는 수준이다. 최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뇌물비리 사건 조사처럼 현장의 산재은폐를 매년 조사하고 처벌해 왔다면, 사업주가 감히 산재은폐를 꿈꾸지 못할 것이다.

일반 노동자들은 산재가 무엇인지조차도 모르고 있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있는지 알지 못해 막막해하고 있다. 사업주는 날인을 거부하고, 노조 담당자는 실무적 방법을 알지 못해 사업주나 외부로 떠넘기고 있다. 동료들은 사업주 눈치를 보고 진술서 하나 적극적으로 써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회사 안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좌절되고 있는 것이다.

겨우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까다로운 산재인정기준으로 인해 심신과 금전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사실상 차이도 없는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사람들은 법원 문턱에 가는 것을 쉽게 결단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노동부의 내년 보도자료에서도 ‘작년 산업재해현황, 모든 지표가 감소’라는 문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산재 승인기준 때문에 산재 불승인율이 높아지면서 산업재해현황은 감소하는 착시효과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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