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라는 청년유니온의 모토처럼 아픈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아파서 모인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을 이제는 웃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한지혜(28·사진) 청년유니온 위원장의 취임 각오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 노조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등록금 연 1천만원 시대에 사회에 나와도 비정규직이나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한 것이 청년의 현실”이라며 “이런 청년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13~17일 진행된 임원선거에서 김형근 사무국장 후보와 함께 단독으로 입후보해 97%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임기는 2년이다.

“학자금에 얽매인 청춘”

한 위원장은 청년유니온 창립 멤버다. 2010년 출범할 당시 조합원 60명의 작은 노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합원수가 500명에 달한다. 100여명의 후원회원도 청년유니온의 든든한 동반자다. 한 위원장은 1기 활동에 대해 “청년유니온이라는 세대별 노조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고, 청년들의 절실한 문제를 이슈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편의점 실태조사를 꼽았다. 한 위원장은 “비 오는 날에도 온 동네 편의점을 뛰어다니며 알바생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됐다”며 “좋은 일 한다는 격려도 힘이 됐지만 특히 노조 가입이 필요하다며 그 자리에서 청년유니온에 가입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08년 가을,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월 60만원씩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웬만한 아르바이트로는 어림없는 금액이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기업 계약직으로도 일했다. 한 위원장은 "몇 년 동안 대출금을 많이 갚아서 이제는 월 20만원 정도만 상환하면 된다"며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학자금 대출 상환기간은 2014년 8월까지다. 그때가 되면 빚더미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한 위원장은 자신을 ‘모태 솔로’라고 소개했다.

“새내기 때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어요. 그런데 집안 형편 때문에 무리해서 입학금을 마련했기에 첫 학기를 마치자마자 1년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죠. 어린 마음에 내 처지에 무슨 연애를 하느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마음을 닫았던 것 같아요.”

한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맡았으니 앞으로 2년간 연애도 물 건너갔다”면서도 “혹시 연애할 기회가 오면 꼭 잡겠다”고 말했다.

“2기는 법내 노조 건설에 주력할 것”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청년유니온의 법내 노조 진입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잖아요.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을 진행했는데 시장님도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절차적 문제만 잘 검토하면 ‘서울청년유니온’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서울청년유니온이 설립되면 다른 지역에서 청년유니온 설립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때마침 이달 13일 김영경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서울시 명예부시장에 위촉됐다. 청년유니온은 지역지부 설립을 통한 법내 노조 진입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어 “청년유니온이 제기하는 문제를 청년들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이나 배달시간 개선과 같은 청년유니온이 이슈화시킨 문제들은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에요. 노동기본권과 연관돼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세대에 적용되는 문제죠. 사회가 다같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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