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와 신한은행지부가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면서 경영참여와 관련해 금융권 노동계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은행지부와 하나은행지부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한다.

국내 금융산업을 떠받드는 ‘빅4’ 지주사 산하 은행노조가 모두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게 됨에 따라 ‘거수기’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사외이사 제도가 제자리를 잡을지 주목된다. 20일 금융노조 산하 지주사노조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지부가 사외이사 추천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 우리은행지부도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협의회 관계자는 “우리은행지부가 다음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때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며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지부는 이날 행내 게시물을 통해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와 관련한 지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지부 관계자는 “매년 주총 전에 노조의 요구를 담은 문건을 전달하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지만 올해는 전에 없던 문구가 추가됐다”며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사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KB국민·신한은행과는 달리 우리사주조합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지부는 그러나 이왕 칼을 빼든 만큼 당장 올해부터 사외이사로 추천할 후보자를 낸다는 방침이다. 임혁 위원장은 “지금부터 법률검토와 컨설팅에 돌입해 소액주주 의결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올해 사외이사 4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투명경영을 이끌어 갈 사외이사를 배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지부는 눈앞의 주총을 목표로 사외이사 추천작업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도의 기틀을 닦을 계획이다. 김창근 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을 만들면서부터 세운 목표 중에 하나가 노조의 의견이 반영된 사외이사를 데려오는 것이었다”며 “내년을 목표로 지분율을 높이고 의결권 확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조합원을 상대로 여론을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인 박병권 지주사노조협의회 의장은 “지주회사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노조 모두가 사외이사 제도 개혁에 나선 셈”이라며 “앞으로 금융계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거쳐 이러한 기류가 번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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