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기자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재벌그룹 총수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죄질이 좋지 않음에도 재벌 총수나 그룹에 대한 특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한국거래소가 한화의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위해 주식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가 휴일인 일요일에 긴급회의까지 열고 이틀 만에 이를 취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벌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벌 총수들의 비리나 불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물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굴지의 재벌그룹 총수들이 배임·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았던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사면복권돼 아직도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구태의연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표현이 여전히 살아 춤추는 이유다.

특히 이호진 회장은 노동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회장은 53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955억원을 배임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7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받았다. 그가 회삿돈을 빼돌리던 시기, 계열사인 태광산업·대한화섬·흥국생명에서는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측 자문사였던 ㅅ사 대표는 증인으로 나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정리해고 당시 이호진 회장이 참석하는 대책회의가 수시로 열렸고, 흥국생명 때는 인원감축에 반대하다가 자문계약을 해지당했다"고 진술했다.

흥국생명 해고자 20여명은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6년 넘게 싸우고 있다. 이형철 흥국해복투 위원장은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비슷한 시기에 회장이 회삿돈까지 빼돌렸다니 그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냐"며 "해고자 대다수가 억울함을 풀 길이 없어 여전히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벌들이 불법·탈법을 동원해 자신의 배를 불릴 때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빼앗겼다. 정치인·변호사·노조 조합원 등 1만2천명이 이러한 호소에 동조해 이 회장을 엄중 처벌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은 횡령한 돈을 자신의 유상증자와 세금·보험금 납부 등에 사용하고도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그 책임을 임원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회사에 1조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회장에 대해서도 "재벌 총수를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며 징역 9년에 추징금 1천500억원을 구형했다.

이호진 회장과 김승연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각각 이달 21일과 23일 열린다. 검찰에 비해 ‘관대한 법원’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까. 국민은 이제 어떤 권력이나 부당한 일에도 숨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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