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현미 기자

“덜 벌고 덜 쓰자는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년 365일 민주노총 법률원 사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노동자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함입니다. 기댈 곳 없는 중소사업장 비정규 노동자 여러분, 민주노총 법률원으로 오세요.”

신인수(40·사진)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변호사)의 말이다. 법률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매일노동뉴스>가 9일 오전 서울 정동 법률원 사무실을 찾았다.

- 법률원 개원 10년을 맞았다. 어떤 변화와 성과가 있었나.

“2002년 2월1일 문을 열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합 변호사 중 최초로 권두섭 변호사가 민주노총에 발을 들인 것이 시작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13명의 변호사와 7명의 노무사, 송무지원인력 10여분이 함께 일하고 있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법률 지원사업은 가장 뿌듯한 일이자 법률원의 성과다.”

- 연간 처리하는 법률사건은 얼마나 되나. 승소율은 어떤가.


“새로 들어오는 사건을 기준으로 연간 400~500건의 사건이 들어온다. 그중 70~80건이 무료 수임사건이다. 승소율은 글쎄…(웃음)…많이 이기기도 하고, 소기의 성과는 거두고 있는 것 같다.”

- 법률원에서 맡았던 대표적인 사건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난해 민주노총 법률원이 맡았던 사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사건은 ‘교사·공무원 정치후원 사건’이었다. 전국적으로 교사·공무원 1천600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단일 사건으로는 지금까지 84년 ‘건대 사태’의 피의자 규모가 가장 컸는데, 교사·공무원 정치후원 사건이 그 기록을 깼다. 진보정당에 한 달에 1만원씩 후원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기소됐다. 우리 사회 노동기본권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우리 법률원이 일부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 밖에 금속노조 법률원이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맡고 있고,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2009년 파업 이후 대량 해직된 철도노조 노동자들의 복직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파업=업무방해’라는 공식을 깨고 업무방해의 요건을 엄격하게 본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고 이소선 어머니가 원고로 참여하셨던 70~80년대 노동탄압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 판결도 기억에 남는다.”

- 법률원 운영에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법률원은 재정적으로 자급자족 구조다. 변호사 보수는 일반 노동사건 전문 변호사사무소의 3분의 1이나 절반 수준이다. ‘적게 벌어 적게 쓰자’는 모토를 걸고 살고 있다(웃음). 올해 신규 변호사 4명을 뽑았다. 재정적으로 타격이 심하다. 하지만 법률원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작게는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것이고 크게는 1천만 노동자의 든든한 우군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법률원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법률원 운영 10년 동안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경험했다. 이 기간 노동법과 제도는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변화돼 왔나.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역행하는 방향으로 노동관련법이 개악되고 있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가 대표적이다.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 노동운동 타격과 제약을 가하고 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해 온 전임자임금 지급이 금지되면서 노동운동의 활력과 활동성이 약화됐다. 복수노조가 허용됐지만 교섭창구 단일화나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제도조치로 인해 복수노조를 만들고도 교섭권이 박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복수노조를 어용노조 탄생의 창구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다.”

- 노동법과 제도 중 가장 시급하게 변화돼야 하는 지점을 꼽는다면.

"민주노총은 10대 입법과제 제시했다. 그중 핵심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등의 내용을 담은 권리보장 입법이다.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파견법을 폐지하고,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에 명시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민주노총과 법률원은 올해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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