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종오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지난해 2월28일 어느 초등학교에서의 일이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의 ‘기간제교원’인 그 선생님에게 학교는 계약기간이 2011년 3월2일부터 같은해 7월19일까지로 돼 있는 채용계약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지난 2년간 학기별로 계약서를 써 오긴 했지만, 3월1일과 방학기간이 제외된 채용계약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기간제교원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3월1일이 제외한 것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는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의 경우에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를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참고로 초중등교육법 제24조는 “학교의 학연도는 3월1일부터 시작해 다음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고 돼 있다.

방학기간을 빼 버린 것은 노골적이다. 앞서 말한 초중등교육법 제24조제3항은 학교의 수업일수와 휴업일, 반의 편성에 대해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그 시행령 제45조는 초등학교가 매년 220일 이상의 수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학교의 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즉 학교장이 방학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은 채용기간에서 빼 버리고, 방학 이후에 다시 계약서를 나눠 쓰는 것이다.

그 이전에 그 선생님은 방학 중에 무엇을 했는가. 선생님은 방학 중 ‘수영’ 수업을 인솔했고, 학력향상 지도, 자율봉사교사 활동도 했다. 지난 2년은 물론 2011년에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담임-법률용어로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의 학급담당교원-으로 발령이 나 있었다. 학교는 이 선생님의 반 아이들을 방학 중 비상연락할 담임조차 없는 학생들로 만들면서까지 선생님의 계약기간에서 방학을 빼 버린 것이다.

이유는? 방학 중 기간제교원에게 지급될 '보수'를 절약하자는 계산 이외에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기간제 아닌 교원에게는 방학이 꼭 필요하지만 기간제 교원에게는 방학이 없어도 된다는 법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우리의 법은 곳곳에서 차별을 혐오하고 있다. 헌법은 제11조에서, 근로기준법은 제6조에서 그러하고, 특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8조제1항은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위 선생님의 진정에 대해 “계약기간에서 제외된 방학기간도 교과수업 외 학생들의 생활안전 지도 등의 업무 수행과 교재 연구, 학생 지도 준비 등 다음 학기를 위한 재충전의 기간으로서 근로관계가 계속됐다"며 교육청에 시정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교육청은 “방학 중에 일 못하고 보수를 못 받은 것은 계약기간을 그리 정해서 생긴 문제일 뿐, 정규직 교원들과 차별한 적 없다”는 식으로 항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간제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했을 뿐 차별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그 항변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다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본다. 제47조제1항은 학교의 휴업일은 관공서의 공휴일 및 여름·겨울 휴가가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학이 휴가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간제 교원들에게 휴가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단지 계약기간을 정하는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리라. 동일한 기간을 근무시키고도 동일한 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근로조건의 차별적 처우가 아닐 수 없다.

‘기간제라는 이름의’ 선생님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4만1천228명에 달한다. 한 광역시는 전체 선생님 5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원이라고 한다. 생각해 본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막론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교원’을 충원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이 정규직 대신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가. “교육도 기업처럼!” 이런 류의 구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그런 이유의 항변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법은 기간제교원은 여타 기간제 근로자들과 달리 2년이 지나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은 기간제 교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차별을 더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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