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강남노무법인)

대상판례/ 전주지법 2011노227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1. 들어가며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세 가지 권리를 노동기본권 중 노동3권이라고 하며, 이 노동3권의 목적은 경제적인 약자인 근로자들이 사용자와 실질적인 대등성을 확보해 근로조건의 결정이나 지위의 향상 및 나아가 근로자의 단결체로서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생존권을 보장받는 데 있다. 대상판례는 이러한 노동3권과 관련된 것으로, 사용자가 단체협약 무용론 등을 주장하며 단체협상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태한 경우에 대해 단체교섭의 해태 및 조합원들의 불이익처우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유죄판결했다.

2. 사안의 개요 및 경과

대상판례의 개요를 살펴보면 A회사의 노조가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에 있다가 2008년 7월께 종전 기업별 노조에서 ○○노조의 지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했고, 이후 피고인 A회사에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했다.

이후 2008년 9월 제1차 교섭을 시작으로 제20차 교섭에 이르기까지 총 9차례의 교섭 과정에서 회사는 단체교섭 회의록 작성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고,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안에 대해 회사의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임금과 근로조건은 이미 취업규칙에 의해 규율되고 있고, 노동관계법령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근로조건 및 기준을 정해 근로자들을 보호해 주고 있어 굳이 단체협약으로 이를 규정화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장된다고 본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또한 노사협의회를 통해 3조3교대 근무를 4조3교대로 변경하는 안을 협의하면서 회사가 임금부분은 감안하지 않자, A회사 노조가 이를 반대했다. 이에 회사는 “임금조정에 관련해서는 회사의 원칙과 여건에 따라 알아서 하면 될 것이다. 단체협약 사항이 아니다”고 대응한 이후 같은 달 비조합원들에게만 급여를 5% 인상했다. 그 외 CCTV로 인한 감시 및 회사출입통제에 관련한 사항에 관해 다툼이 있었으나, 여기서는 위에서 설명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한다.

3. 쟁점 하나, 사용자의 단체교섭 해태 사실 여부

단체교섭이란 노조가 임금·근로시간 등에 관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교섭하는 것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제30조에서 사용자에게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노조법 제81조제3호에서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상판례에서 사용자의 경우와 같이 불성실한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것인가.

대상판례에서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또는 응하더라도 회의록 작성 요구를 묵살하거나, 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요구에 대해 “법을 잘 지키면 될 뿐 단체협약에 담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거나, 단체협약에 담을 내용에 대해 묻는 노조의 질문에 “얘기하다 보면 있지 않겠느냐”는 식의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했다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는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정당한 이유인지의 여부는 노조측의 교섭권자, 노조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교섭장소·교섭사항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8.5.22 선고 97누8076 판결).

피고인 A회사는 단체교섭 회의록 작성을 거부했고, 노조의 단체협약 수정안 제시도 계속적으로 거부하면서 헌법상의 노동3권의 하나로 보장받는 단체교섭권에 의해 체결되는 단체협약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 및 변경할 수 있는 취업규칙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계속적으로 주장했다. 따라서 대상판례의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했다고 판단한 원심과 항소심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4. 쟁점 둘, 조합원들의 불이익 처우 등 부당노동행위의 존재 여부

노조법은 제81조에서 불이익 취급, 불공정 고용계약, 단체교섭 거부, 지배·개입 및 경비원조, 보복적 불이익 취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사용자가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그러한 사용자에게 벌칙으로 제재를 가해 헌법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대상판례에서 피고인 A회사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관련 노동법령의 적용을 통해 노사 간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단체협약의 필요성을 놓고 상호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4조3교대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교대제 변경과 관련한 임금문제를 별도로 논의하자고 하자, 회사가 알아서 하면 될 것이라고 반응하며 같은 달 비조합원들만 급여를 5% 인상했다.

회사가 노조의 임금요구안을 수용한다고 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거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노조와 협의를 계속하면서 임금조정의 가능성이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사는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실질적인 임금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임금보전조치가 필요했던 근로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의 임금에 대해서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에 대한 처우를 불이익하게 할 고의가 있다고 보인다. 비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이 과중한 업무수행에 대한 보상 등과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어 지급되는 것이 아닌 한 이는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이라고 할 수 있고, 사용자의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대상판례의 판결은 타당하다.

5. 맺는말

대상판례의 경우가 발생한 데에는 사용자의 노동3권에 대한 무지와 노사가 상생하려고 하는 의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단체교섭권에는 단체로 교섭하는 사실행위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된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할 권한도 포함된다. 사용자가 노조와 교섭을 하더라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며 일방적인 태도로만 일관하려고 한 것이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의 입장만을 고집하려 하면 그 어떤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특히 이번 사례는 노사관계에서 대화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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