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한국장학재단지부 위원장

“공공기관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노동조건이 결정됩니다. 때문에 단일노조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표적인 게 신입직원 초임삭감 문제잖아요. 수개월간의 논의 끝에 금융노조 가입을 결정했습니다. 조합원 하나하나가 상급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최근 금융노조 산하 지부가 34개에서 35개로 늘었다. 한국장학재단노조가 금융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과 금융이 무슨 관련이 있기에 금융노조에 가입했을까.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한국장학재단지부 사무실에서 이기업(42·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주말에 쉴 권리 확보, 첫 성과”

한국장학재단은 2009년 5월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직원들의 주요 업무는 대학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지급이다. 지부는 2009년 6월 상급단체 없이 기업별노조로 출범했다. 재단의 전체 직원은 190여명이고, 13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재단 설립 당시 직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 위원장은 “당시에는 직원도 50~60명밖에 되지 않았고 이명박 정권 초기라 노조 설립이 부담됐는지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일단 만드는 데 의의를 두자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조 활동 경험이 거의 없다. 예전 직장인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임시로 지부 부위원장을 몇 개월 한 게 전부다.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노조 깃발을 꽂았다. 하지만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틀을 잡아 나가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당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사측도 설립 초기에는 거의 노조를 버려두다시피 하고 신경도 안 썼다”고 말했다.

소중한 성과도 있었다. 지금까지 사측은 주말에 행사를 자주 했다. 쉬어야 하는 주말에 출근해야 하니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 갔다. 그런 가운데 회사는 또 체육대회를 토요일로 공지했다. 노조가 나섰다. 조합원들은 체육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결국 사용자측만 참석한 초라한 체육대회가 됐다. 그날 이후 사측은 주말에 행사를 잡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주말에 쉴 권리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함께 뭉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학금 혜택 확대 등 사회공헌사업도 가능”

이 위원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노사관계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보니 개별 노사관계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신입직원 초임삭감 등 정부 지침에 좌우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상급단체 가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위원장은 “금융노조가 정치세력화에 성공해서 공공기관들이 공운법이나 예산지침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장학재단지부는 만들어진 지 3년도 안 된 조직이지만 금융노조에는 수십 년 된 조직이 많잖아요. 노사관계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요.”

이 위원장은 금융노조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지부가 금융노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도 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올해는 금융노조가 사회공헌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한국장학재단지부는 금융 성격을 가지면서 사회공헌 성격도 갖고 있다”며 “재단 본연의 사업인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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