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노조 위원장

“취임하고 현장 조합원들을 만나며 기를 많이 받았어요. 일일이 악수를 하니 힘도 나더군요. 노조가 다리가 돼 회사로부터 많은 혜택을 얻어 내야겠다고 다짐도 했죠. 노사 상생을 기반으로 조합원들이 똘똘 뭉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겁니다.”

지난해 8월 아모레퍼시픽노조 11대 위원장에 당선된 이용강 위원장(53·사진)은 취임 후 주변을 추스르자마자 현장순회부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최대의 화장품 생산·판매업체다. 조합원의 절반 정도가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한강로2가 아모레퍼시픽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 위원장은 “길고 고단한 일정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노조운영의 기본 방향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83년 4월 아모레퍼시픽 서울공장 생산직으로 입사한 이 위원장은 본부 기획국장과 수원지부 지부장, 본부 사무장을 지냈다. 노조는 3개의 생산지부와 4개 영업지부로 구성돼 있다.

법보다 한발 나아간 복지

이 위원장은 지난 선거에서 전체 조합원(2천300여명) 중 76%의 지지를 받았다. 단독출마치고는 찬성률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한숨을 돌리자마자 현장순회에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객지에서 먹고 자며 일정을 소화했다.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니 사명감과 책임감이 커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에서 나온 요구를 직접 받아 적었어요.”

현장순회에서 작성한 메모는 이 위원장의 직무실 책상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 "영업 할당량이 과다하다", "품절 품목이 많아 현장 대응이 어렵다" 등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위원장은 현장순회를 마친 뒤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회사측에 전달했다. 사측은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을 즉각 시행이 가능한 것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분류했다. 그리곤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장품 회사이다 보니 조합원의 80% 이상이 여성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에 법정 산전후휴가가 2개월일 당시 75일의 휴가를 부여했다. 사산·유산이 발생할 경우 언제라도 10일간의 휴가를 보장했다. 육아휴직 기간에도 법정기준(통상임금 40%)보다 20% 많은 임금을 지급한다. 임신·육아 관련 복지가 법보다 나은 것이다. 이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위한 세심한 복지는 노사가 상생 발전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사관계, 상생과 긴장 오가야

그의 모토는 ‘노조라면 으레 그래야 한다’는 관성을 깨는 것이다. 그렇다고 싸워야 할 때 침묵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상생과 긴장 관계를 오가는 지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의 기억엔 지금껏 아모레퍼시픽 노사가 해고나 구조조정과 같은 민감한 문제로 대립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몇 차례 구조조정 얘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전환배치로 전환했고, 결국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가 힘들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조합원”이라며 “일자리를 지키고 복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조가 회사와 동반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측과 함께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의 단결이 노조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 것들이 조합원들의 복지와 연결됩니다. 위원장 선거에 단독출마했는데도 지지율이 낮은 편입니다. 남은 기간 저를 반대했던 조합원들까지 인정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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