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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희망입니다?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우지연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일자리가 희망입니다'라는 연중기획을 진행하고 있던 한국방송공사, 그곳에는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었다. 매년 연봉계약을 갱신하면서 10년을 훌쩍 넘겨 근무해 온 노동자들도 적지 않았다. 방송의 제작과 송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이었고, 방송국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 계속될 상시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위 업무를 담당할 정규직들을 새로 뽑기보다 비정규직을 늘리는 편을 선호했다. 정부의 예산과 정원통제로 정규직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을 만들던 누구도 본인을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매년 연봉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이 되풀이됐을 뿐 젊은 시절부터 열정을 바쳐 일해 온 직장이었고, 수년에서 십수 년째 일해 온 일터였다. 고된 업무 속에서도 KBS라는 말이 주는 자부심은 이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런 이들이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매섭게 체감한 것은 공사의 외주화 방침이 결정되면서부터다.

2009년 7월1일, 기간제법 2년을 맞아 공사는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 정함 없는 근로자로 본다"는 법을 따르지 않고 420명의 비정규직을 자회사로 외주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리고는 자회사 전적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무조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자회사라고는 하지만 본사 정규직들은 '정치' 뉴스를 편집하고, 자회사 소속은 '국제' 뉴스를 편집하는 식이었다. 이런 외주화를 납득할 수 없었던 많은 노동자들이 쓸쓸히 회사를 떠나거나 계약해지통보서를 받아들어야 했다. 기나긴 해고의 시작이었다.

이들은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십수 년간 형식적으로 연봉계약서를 갱신했을 뿐 사실상 기간의 정함 없이 근무해왔음에도 공사가 기간제법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공사는 비용절감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기존 연봉계약직과 자회사의 근로조건도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자회사 전적을 거부한 근로자들이 오히려 부당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스스로도 기존 연봉계약직과 자회사의 근로조건이 차이가 없다면서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공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 결국 공사 스스로도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외주화였음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소송 과정에서 공사는 기간제법 개정 여부에 따라 대응을 달리 한다는 기본계획까지 세워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 전환시점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될지 여부를 지켜보고 정규직 전환시점에 앞서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시나리오였다. 이 사건 갱신거절이 기간제법 2년을 맞이한 갱신거절임을 강하게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27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에 대한 해고(계약갱신거절)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연봉계약직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갱신거절은 경영합리화를 위해 인원감축을 하고 있다는 외관을 만들어 내는 효과가 있을 뿐 실제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2년을 초과해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의제되는 상황을 앞두고, 단지 그 대상자가 연봉계약직 근로자이기만 하면 그 이유만으로 갱신거절에 이른 것이므로 정당성을 결여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정작 위 판결을 받고 기쁜 웃음을 지어야 할 노동자들은 대부분은 명단에 없었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공사와의 합의(2011년 8월 재입사 형식)로 복직돼 소를 취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정한 바람은 처음부터 해고가 무효였음을 확인받는 것이었을 테지만, 2년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임을 알기에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자리가 희망입니다'라는 연중기획을 진행하고 있던 한국방송공사, 그곳에는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었다. 2009년 7월1일을 맞아 기나긴 해고싸움을 시작했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결국 일터로 돌아갔지만, 그들에게 해고의 고통을 안겨 준 것이 다름 아닌 '기간제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기간제법이었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기억돼야 할 것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기간제법 2년을 피하기 위한 계약해지가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지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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