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죽음에 노동계는 특별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할 말은 많지만 고인을 보내는 자리에 목소리를 내기엔 다소 부담이 있다는 것.

일단 현대그룹노조협의회(현노협)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명복을 빈다"는 간단한 입장만 21일 내보냈다. 애초 성명서를 낼 계획도 있었으나, 그룹사 노조들간 입장조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취소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23일 계동 현대그룹 사옥 앞에서 계획된 고려산업개발 부도 사태 관련 집회를 미루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도 "개발독재 시대 노동자의 희생으로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첫 재벌 창업세대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며 "최근의 외환위기, 유동성 위기 발생 등으로 볼 때 더이상의 족벌경영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꼬집었다.

한편 현대그룹사 노조들은 조문을 하러 가야하는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노협 의장대행인 이효선 현대차노조 판매본부장은 "과거 구사대를 동원하며 노조를 힘으로 제압하는 등 노동계와는 애증의 관계에 있다"며 "각 노조별로 의견이 분분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조문 여부를 각 노조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가운데 판매본부 임원들은 23일 오전 조문을 가기로 결정했고, 다른 노조들은 23일 오전께 참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