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가족들에 파묻혀 지낸 설연휴 동안 세상소식이 궁금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TV를 켜고 뉴스채널을 꾹 눌렀다. 눈에 띄는 뉴스가 있었다. “휴일근로도 주 52시간 근무 포함 추진”. 기사내용에 따르면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초’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반갑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무슨 꼼수를 품고 있는 것일까’ 싶은 마음에 석연치 않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노동부장관은 24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주 12시간)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휴일근로를 통해 법정 근로시간을 자의적으로 연장시키는 나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장기 근로에 따른 각종 폐해를 근본적으로 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제한’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요일 등 휴일특근을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고 법정 근로시간의 연장 제한을 무력화시킨 것은 고용노동부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 법정근로에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를 인정, 최고 주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제한의 예외라는 조항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즉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더라도 휴일근로시간은 주간 총 근로시간에 산입되고, 휴일근로시간까지를 모두 포함해 주간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어가면 근로기준법 제53조제1항 위반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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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조 (근로시간)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 (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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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되는 문제가 또 있다.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이다.

주 40시간을 일하고 나서 일요일에 다시 8시간 특근을 한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일요일 8시간 근무는 연장근무와 휴일근무에 각각 해당해 연장근무수당 50% 이상, 휴일근무수당 50% 이상을 합해 통상임금의 100% 이상을 가산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도 휴일근로와 시간외근로가 중복되는 경우에는 가산임금을 각각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1991.3.22 대법 90다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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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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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유독 근로기준법 제53조 및 제56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제한 조항의 적용에서 예외로 취급하고 나아가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까지도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연장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해 왔다. 그리하여 사용자들이 편법적으로 근로시간을 늘이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마저 지급하지 않는 것을 조장해 온 것이다.

노동부장관의 인터뷰는 그래서 마뜩잖다. 마치 근로기준법이 미비하거나 불비해 장시간근로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양, 그래서 휴일특근을 통해 근로시간을 무한정 늘여 온 사용자들의 행태가 현재까지는 위법하지 않았던 것인 양 말하는 품새가 정초부터 걸린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을 어떻게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용자들의 휴일특근을 통한 장시간노동 강요행위와 휴일·연장근로수당의 미지급 행위가 그가 말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전까지는 여전히 합법인 것처럼 취급하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로 들려서 못내 떨떠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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