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노무법인 기린)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들은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된다. 흔히 이런 노동자들은 자리에 앉아서 지키는 일만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이들에게 노동시간 규정의 적용제외 조항을 두고 있고, 이에 따라 24시간 맞교대라는 최악의 근무형태가 허용되고 있다. 또한 이들에겐 최저임금도 적용의 예외가 인정돼 2007년 최저임금의 70%, 2008년 이후 최저임금의 80% 수준의 급여를 받아 왔다.

예정됐던 대로라면 경비노동자들은 올해부터 최저임금 100%를 지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대량해고 우려가 있다며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100% 적용시점을 2015년으로 유예했고, 그때까지 3년간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노무법인 ‘기린’은 나경채 관악구의원(진보신당),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노무법인 ‘노동과 삶’과 함께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2차에 걸쳐 63개 아파트 총 168명의 관악구 경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경비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약 65세로 92%가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며 월평균 360시간을 일하지만 휴가는 연평균 1.7일에 불과했다. 보통 4~5시간의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휴게실이 따로 없고, 식사 중이나 휴식 중에도 사실상 대기상태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삭감을 위한 편법적 용도로 휴게시간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에도 불과하고 임금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에 맞춘 월 100만원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최저임금 위반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14%에 달했다.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업무에만 종사하지 않는다. 청소·분리수거·화단관리·주차관리·택배업무 등 온갖 잡무를 병행하고 있다. 사실상 ‘감시직’이 아닌 셈이다. 교대근무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많고, 주차관리를 하며 차를 밀다가 허리 등 관절을 다치는 사례도 많다. 이렇듯 이들의 노동강도는 결코 낮지 않으며, 이들이 경비업무에 더해 하고 있는 온갖 업무를 고려할 때 더 이상의 감원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대량해고 사태를 운운하며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한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기간제법 시행 만 2년을 앞두고 ‘100만 해고사태’라는 괴담을 유포하던 때와 똑같다.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은 최저임금이 전면 적용되면 세대 당 관리비가 월 2~3만원 오른다며 고용노동부의 괴담에 적극 협조했다. 하지만 관악구를 조사해 본 결과 세대 당 평균 월 2천500원의 관리비만 추가하면 경비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위 실태조사에 참여한 단체들은 지난해 12월23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 경비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알리고 세대 당 2천500원만 더 내면 최저임금 전액 적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최저임금 전액 적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많은 시민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놀랐고, 최저임금 전면 적용에 동의했다. 덕분에 연말연시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1천여명의 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경비노동자들은 한국사회의 열악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은퇴 후에도 저임금·장시간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비인간적인 교대제 노동, 편법적인 휴게시간 운영, 연차휴가 미보장 등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저임금 전면적용은 이들의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를 인정하라는 정당한 요구다. 경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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