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례/ 서울고법 2009나6914 임금

1. 급여명세서 볼 줄 아시나요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가운데 하나가 임금이다. 그런데 의외로 회사에서 지급하는 대로 급여를 받을 뿐 급여명세서에 찍혀 있는 금액들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모르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면 일부가 누락돼도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나가게 된다. 3년이 지나는 순간 임금채권은 소멸시효가 경과돼 청구가 불가능해지는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 원인을 단순히 근로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 근로기준법상의 임금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임금·평균임금과 같은 추상적일 수도 있는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어 공부하지 않고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상판결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하는 수당과 배제돼야 하는 임금항목 및 각종 수당들의 계산방식을 다루고 있는 고등법원 판결이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2006년 1월께에 1심 법원에 소를 제기했으니, 거의 5년이 걸려 2심판결이 나온 꽤 오래 걸린 사건으로 노사 양쪽이 치열하게 법리적으로 다툰 것이다.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법상 임금·평균임금·통상임금의 개념이 전제되므로, 아래에서는 아주 개괄적으로 개념을 살펴본 후 판시의 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체 임금이란 무엇인가

노동법상의 임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임금인 것과 임금이 아닌 것을 구별해야 한다. 임금이란 근로의 대가로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이다. 근로의 대가라는 말을 쉽지만 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금원의 대부분은 근로의 대가이되, 근로의 대가가 아닌 것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살펴보는 것이 쉬운 방식이다. 단순히 사용한 실비를 변상하는 것, 혹은 축의금·부의금 등 의례적·호의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은 근로제공의 대가가 아니어서 임금의 범위에서 배제되게 되고, 주택자금 대여나 목욕시설의 이용 등 복리후생적인 것1)도 임금이라 볼 수 없다. 그리고 법률 등에 의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각종 보험 등의 사용자부담분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므로 임금이 아니다. 이외에도 판례에서는 ‘임금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지급근거가 있을 것을 요하고 있는데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혹은 관행에 의해서라도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경우 임금성을 충족시킨다고 보고 있고, 따라서 1회성으로만 지급된 어떠한 금품이라면 임금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렇게 우선 임금인 것을 구별해 내면 그 임금은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으로 나눌 수 있다. 평균임금은 퇴직시 등 평균임금의 산정을 요하는 경우의 전날부터 소급해 3개월간 받은(혹은 지급의무가 발생한) 임금에 해당하는 모든 금품을 합산해 이를 3개월의 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예를 들면 4월1일 퇴직하는 근로자의 경우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발생한 모든 임금을 합산해 90일(2월이 28일인 경우)로 나누면 된다. 3개월간의 급여에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들, 즉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상여금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평균임금은 일단 근로를 제공한 후 그 대가로 임금을 받고 난 이후 사후적으로 계산될 수 있는 임금이다.

이에 반해 통상임금은 사전적인 임금이다2). 따라서 임금을 받기 이전이라 할지라도 사전에 확정돼 계산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가지고 지급될 임금을 구하게 된다. 통상임금은 대표적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하기 위한 계산 때 사용되는데 정해진 기본급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수당들이 포함돼 산정된다. 중요한 것은 각종 수당들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만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적이라는 것은 매달 지급되는 경우뿐 아니라 1년에 1~2회에 불과하더라도 매년 계속된다면 요건을 충족시킨다. 일률적이라는 것은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하거나, 혹은 전체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특정요건을 갖춘 근로자 집단에게 지급되는 것이라면 그 요건을 만족시키며, 지급되는 금원의 액수 혹은 산정법이 고정돼 있어야 한다. 다만 출근율이나 근무성적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경우에는 고정적이라 볼 수 없다고 판례는 적시하고 있다.

기본급이나 각종 제 수당들 가운데 이런 요건을 만족시키면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게 된다. 일급으로 계산되는 평균임금과 달리 통상임금은 시간급으로 산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주 40시간 사업장에 주1회 8시간의 주휴일을 가진 시급이 5천원인 근로자가 월 단위로 생산장려수당 10만원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5천원+10만원을 월의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수로 나눠 시간당 통상임금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월의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수란 1년의 평균 근로시간 혹은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유급처리되는 시간을 말하는데, (근로를 제공하는) 주 40시간+(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유급처리되는 시간인) 주 8시간을 7일(1주의 일수)로 나누어 ‘365일(1년의 날수)÷12(월)’를 곱해 나온 약 209시간이 월의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수다. 이렇게 통상임금이 계산되면 이것에 연장근로 등의 시간수를 곱하고 가산율(50% 등)을 곱해 합산하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의 값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3.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본인분, 귀성여비 및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는 모두 통상임금

대상판결에서는 업적연봉을 제외한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 귀성여비 및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가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단체협약 등에 지급근거가 있으며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 임금이라는 통상임금의 법리를 만족시킨다고 본 것이다.

매월 사무직 중 대리 이하 및 과장 이상 근로자에게 정액이 지급되는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에 대해 피고는 실비변상적 금원이라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과 별도로 출장비 등 실비가 지급되고 있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가족수당 본인분은 가족수와 상관없이 전 사원에게 정액이 매월 지급됐으므로 이는 근로제공의 대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급여로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봤다. 본 사건의 쟁점은 아니나, 과거 여러 차례 대법원은 본인분을 제외한 가족수에 따라 개별 근로자가 각각 다르게 지급받는 나머지 가족수당에 대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바가 있다.

귀성여비 및 휴가비는 매년 2회 및 1회 명절과 여름휴가에 전 근로자에게 정액 혹은 정률로 지급됐는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위한 ‘정기적’ 요건은 매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연 2회 내지 1회라고 하더라도 매년 지급되는 경우라면 그 요건을 만족시킨다는 취지로 법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개인연금보험료는 전 사원들의 개인연금 가입시 본인 부담분 보험료 중 일부인 4만원을 회사가 매달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이 또한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요건을 만족시키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사무직근로자 중 차장급 이상자에게 직장단체보험료로 10만원을 매달 지급했는데 이는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요건, 즉 사무직근로자 중 차장급 이상인 자들 모두에게 지급한 것으로서 일률성을 만족시키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쉽게도 본 사건에서 큰 금액을 차지하는 업적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업적연봉은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업적연봉이라는 명목의 금원이 1년씩 매달 동일한 액수로 지급된 것으로 법원은 연봉제 실시 이후 상여금 지급에 대체해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업적연봉을 지급받았고, 그 금액은 개인의 인사평가 등급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으며, 휴직자 등에게는 업적연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근로자의 근무성적에 따라 좌우되는 금원이라고 판시했다. 고정적인 임금이라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제도에 있어서 인사평가 등에 따라 다음 연도의 기본급 내지 기본연봉을 포함한 전반적인 급여가 책정되는 연봉제가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인사평가에 따라 개인의 연봉금액이 다르다고 해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논리라면 기본급 혹은 기본 연봉 또한 전년도의 성적 등에 따라 매년 달라질 것이고, 기본급도 통상임금에 산입할 수 없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전년도 인사평가에 의해 다음 연도의 연봉이 확정된다면 이 또한 하나의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 즉 정해진 임금을 지급할 근거로 보아야 할 것이고 지급의 양태를 통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것인지만 살피면 될 문제다. 또한 휴직자는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자이므로 휴직자에게 업적연봉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고등법원이 제시한 논거는 비판의 여지가 많고, 아직 사건이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할 때이다.

4. 권리 위에 잠자지 말기를

대상판결에서는 위의 판시 사항 이외에도 통상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계산방법, 연 2회 내지 1회 지급되는 귀성여비나 휴가비를 통상임금에 산입하기 위한 월할의 방법, 미지급 시간외근로수당의 산정방법, 미지급 연차수당의 산정방법 등에 대해도 판시하고 있으니 임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꼼꼼히 판결문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그리고 아울러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매월 지급되는 금품 이외의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관행이 있으므로 본인의 급여 가운데 통상임금 계산이 누락돼 연장근로 수당 등을 일부 미지급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살펴보길 바란다. 본인의 근로의 대가인 임금은 사용자가 기꺼이 챙겨주진 않으니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다. 권리 위에 잠자지 않아야 할 때이다.

각주)
1) 다만 목욕시설을 이용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라면 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
2) 통상임금 또한 임금 항목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면 당연히 임금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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