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바람직한 연구를 하는 것이 목표예요. 전문적이고 정직한 좋은 연구, 책임성 있는 연구,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활용성 있는 연구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공연구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정선(59·사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의 취임일성이다. 박 원장은 지난 11일 오전 인천 부평구 소재 공단 연구원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공단 근무기간 19년 중 15년을 연구원에서 지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원이 산업안전보건의 중추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산압안전보건연구원은 정부가 지난 89년 당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에 설립한 산업재해예방 공공연구기관으로 출발했다. 연구원은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산업보건 연구뿐 아니라 정책·제도개선, 직업병 역학조사, 화학물질 유해·위험성 평가, 산업기계 안전인증, 산업재해통계 등의 전문적인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박 원장은 예방의학·직업환경의학 전문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공단 연구원 안전경영정책연구실 실장·직업병연구센터 소장, 공단 본부 근골격계질환예방팀 팀장·공단 본부 직업건강실장,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초대 회장·대한직업환경의학회 이사를 지냈다.

“융합과 소통으로 연구원 역할 알릴 것”

이달 2일 취임한 박 원장은 누구보다도 연구원의 역할을 잘 아는 만큼 기쁨과 부담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 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문제 해결과 잠재적 유해요인에 대한 선제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원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제시한 연구원 운영의 열쇠말은 융합과 소통이다. 연구원의 위상을 높이고 그 중요성과 역할을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 내기 위함이다.

"산업이 너무 빠르게 많이 바뀌고 있어요.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도 있지만 그간 연구원들은 자기 연구에 골몰하느라 전체를 보는 큰 그림을 그리질 못했던 것 같아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안전과 보건을 융합해 연구하고 소통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원장은 "급속한 사회 변화로 새로운 산재취약 노동자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부응해 공공연구기관이 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기동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전문가 자문그룹을 구성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원의 역학조사 역할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며“연구원의 역학조사 기능은 과학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사회적 판단은 연구원의 몫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질판위와 연구원 역학조사 역할 구분해야”

박 원장은 “역학조사는 현존하는 과학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직업성 원인이 있었는지, 그것에 노동자가 노출됐는지, 그 노출이 질병이 생길 정도로 다량이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라며 “사회적·철학적 판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의 몫이지 역학조사의 기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역학조사와 질판위가 각자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도록 질판위가 본래 취지에 맞게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판위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성암 판정에 관여하는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이 직업성암을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데 있어 지침이 될 만한 ‘직업병진단 표준지침서’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태에 대해서는 “반도체산업에서 암 증가 여부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역학조사 결과는 '아니다' 가 아니라 '모른다'였다"며 "이 모르는 부문을 현재의 과학으로 밝혀내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신 연구원은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에게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추적해 관찰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2019년까지 독성이 밝혀지지 않은 화학물질과 새롭게 투입되는 화학물질 노출 조사를 실시해 매년 데이터를 축적하고 모니터를 실시할 방침이다.

“반도체산업 암 발생 여부 장기적으로 관찰할 것”

연구원은 급변하는 안전보건 정책의 변화를 모색하고 효율적인 산재예방정책 수립을 위한 심층분석을 올해 실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취업자 근로환경조사 심층분석을 통해 산재취약계층을 조사하고 안전보건정책 수립에 대한 기초자료를 만들 예정이다. 산재예방사업의 타당성·효과성·경제성 등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산재예방사업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 원장의 올해 목표는 두 가지다. 내부적으로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외부적으로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는 “연구원에서 나온 결과라면 국민 누구나 다 믿을 수 있도록 전문성과 실력을 인정받는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자부심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는 상입니다. 주어진 환경과 일에 안주하지 않고 장애요인을 해결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겠습니다. 연구원이 공공연구기관으로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는 유일한 산재예방정책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구성원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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