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보·조직 효율화 과제…'절차와 합리' 균형 잡힌 노사관계 토대 구축
"노동정책의 공공재를 생산하는 기관이죠. 노사정이 공유할 수 있는 노사관계·노동정책 발전
방향에 대한 지적자산을 만드는 곳이죠." 지난 88년 충남대 부교수 시절, 실천없는 학문은 의미가
없다며 한국노동연구원 창립과 함께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12년여간 연구원에 몸담은 이원덕
신임 원장(49). 오랜 고민의 결과인지 우리나라 노사관계 현실 속에서 연구원의 '위상'이 뭐냐는
다소 직설적인 질문에 이 원장의 답변은 명쾌하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연구결과는 큰 의
미가 없어요. 연구에 중심을 두되 각종 정책토론과 대화의 중심이 되는, 말 그대로의 공론장을 형
성해야 합니다"

* 부원장-연구조정실장 통합·팀제 개편 검토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연구과제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는 노사정간담회를 활성화하는
한편 노동부차관, 양대 노총 사무총장, 경총 부회장급 등이 참여하는 지도급 레벨의 '노동정책연
구회'도 꾸려 연구성과를 풍부히 하고 실천될 수 있는 '무엇'으로 바꿔낼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과 인력은 그 계획을 실현하기엔 조금 역부족이다. 연구원에는 박사급 연구인력이 26명인데, 지난
한해 수행한 과제는 총 118건이나 된다. 한 프로젝트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어 각종 조사
에 결과취합과 분석까지 시간은 빠듯하다. 특히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소속이 총리실 산하로
옮겨진 뒤 절반이상의 프로젝트는 경쟁을 통해 따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주에 제안서 작성
등 연구 이외에 뺏기는 시간이 많다. 자연 여유가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재충전 시간이 있어
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인력들에게는 3년에 한달 가량 교육(Study Visit)시간을 부
여할 방침입니다"

연구원 조직체제도 효율성 위주로 슬림화할 계획이다. "결재만 하는 관리자는 필요가 없습니다.
네트워크를 제대로 형성, 관리업무를 최소화하는 대신 연구활동을 코치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부원장과 연구조정실장을 하나로 묶고
분야별로 팀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중이다.

예산 확충도 시급한 과제. 연구원의 1년 예산은 용역을 포함 70억원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233억원과 비교할 수준이 못 되며 14개 경제사회연구원 평균 107억원에도 못 미친다. "
예산이 워낙 부족해 부실한 연구결과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통합과 균형발전을 위해
노동정책 개발은 중요합니다. 반드시 지원이 뒷따라야죠"

* 조화와 균형... "추진력 걱정마라"

다소 개인적인 질문도 던져봤다. "평소 절차와 합리를 강조하다보니 추진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원장은 솔직하게 답한다. "뭐,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60년대 초등학교만 겨우 마
친 누이의 방직공장에서 먼지 가득하고 말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소음 속에서 노동'을 보았습니
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노동에 대한 열정은 '이성적인 실천'으로 전이됐습니다" 서슬퍼런 80년
대 충남대 재직 시절, 누구도 꺼려하던 이념써클의 지도교수를 자청한 일부터 최병렬 노동부장관
시절, 노동법 개정과정의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노동
관계법연구회를 만든 일 등은 그의 추진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
사관계의 근본 틀이 바뀌고 정책을 새로 만들어야 하던 시절, 젊은 노동경제학도로 학교에만 있
을 수 없다며 '직장의 안정성'과 '실천하는 학문'을 맞바꾼 일 또한 그렇다.

스스로의 학문성향을 '중도'라 평하는 그, "노사관계의 큰 틀을 보게 하는 것은 교섭구조입니
다. 아직 기업단위로 분권화된 교섭체제가 활발한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차원의 교섭력 강화를 통
해 상급단위의 조정 역할과 현장단위 탄력성이 조화가 돼야 합니다"라고 서구 유럽에서 경험한
산별체제의 경직성을 극복하면서도 기업과 산별의 균형이 노사관계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이같은 고민들을 담아낼 수 있는 연구원 구조로 재편하기 위해 '제2 창원 기획단'을
꾸려 혁신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8월말경 우선 제출될 1단계 혁신 방안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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