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미 기자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육가공 유통전문업체 미트원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2일 하루 일손을 놓았다. 노조도 결성되기 전이었다. 노동자의 날은 물론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쓰고 주 5일제가 정착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생산직 노동자 전원이 출근을 안 한 것이다. 여성노동자 2명은 그날 하남시청 앞에서 문현군(42·사진) 공공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에서는 복귀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 위원장은 “가입원서만 쓰고 현장으로 복귀하시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 결성된 것이 미트원지부다.

한국노총 내에서 보기 드문 지역산별노조인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는 지난 2010년 문 위원장이 취임한 후 빠르게 조직을 확대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 노동자들까지 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지부가 결성되고 있다. 이달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문 위원장은 “지역 내에 알려야 할 현안이 많다”며 “한국노총과 언론이 지역 내 힘든 조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 성남·광주·하남지역지부 조직정책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95년 경기도에서 버스운전기사로 노동자 생활을 시작했다. 노조도 모르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배차하는 관리자에게 돈을 주는 상납제에 반발하다 회사의 눈엣가시가 됐다. “회사에서는 저를 암적인 존재로 봤어요. 혼자 사측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노조 쟁의부장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했죠.”

2007년 성남서 지역산별노조 결성

96년부터 2년 동안 쟁의부장을 맡았고, 98년 공제부장을 맡으면서 노조 전임자로 활동했다. 버스운전노동자들이 사고를 내면 대신 사고처리를 해 주는 일이었다. 그는 “공제부장을 하면서 나이 많은 노동자들에게 관리자들이 함부로 얘기하는 관행을 없앴다”고 말했다. 회사는 2002년 9월 부도를 맞았고, 문 위원장은 2003년부터 성남에서 지역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007년 현재의 노조다. 당시 고 장진수 한국노총 조직국장과 이성찬 노조 수석부위원장(전 전노협 경기동부 의장·전 두산테크팩노조 위원장)과 함께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를 만들었다.

“현장을 실질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데 세 사람 모두 동의했어요. 사업장에 가장 잘 맞는 지도를 해 주고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지요.”

‘입소문’이 나면서 산하 지부는 하나 둘 늘어났다. 그가 성남·광주·하남지역지부 조직정책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보니 상담이 많이 들어왔다. 다른 연맹에서 받아 주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노조가입으로 이어졌다. 2007년 4월 한국노동교육원지부 설립 이후 최근까지 총 18개의 지부가 설립됐다. 이 중 16개 지부가 2010년 이후 설립됐다. 최근에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골프장 렉스필드컨트리클럽 노동자들이 가입했다. 문 위원장은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투쟁 사업장으로 미트원지부를 꼽았다.

“회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들이 똘똘 뭉쳤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단체교섭을 체결했죠. 근속수당도 신설됐고 생일날 유급으로 쉴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천천히 개선해 나가야죠. 지부장님은 ‘이렇게 좋은 법이 있었는데 50이 넘도록 내 권리를 못 찾고 살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노조법 개정 안 되면 사용자 노조만 남을 것”

올해 문 위원장의 목표는 대의원대회에서 조합비를 올려 활동가를 채용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노총과 노조의 상급단체인 공공연맹, 언론에 “지역현안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지역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지난해 한국노총에서도 미트원지부 관련 기자회견을 할 때 기자들한테 너무 내셔널센터만 취재하지 말고 지역도 돌아봐 달라고 말했어요. 지역에 취재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문 위원장은 특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악법”이라며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2~3년 후면 사용자 노조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서로 불신하는 곳은 이유가 있습니다. 사측이 생산직을 우습게 보고 계급화가 심한 것이 특징이에요. 반면 사용자 교육이 잘돼 있는 곳은 늘 노조에 미안해하죠.”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경우 산별노조와 내셔널센터 지역지부 간 연대가 잘되는데 한국노총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산별위원장들이 지역지부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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